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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상처를 ‘마음의 감기’로 어루만지는 은빛 서사, 『남이섬』 출간(전상국, 강)

분단의 기억과 노년의 성찰을 묶은 중단편 5편

장세환2025년 12월 29일 오후 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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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섬.jpg출판사 제공

출판사 강이 전상국 소설집 『남이섬』을 펴냈다. 전상국 중단편소설 전집 10권에 해당하는 이번 책은 「꾀꼬리 편지」 「춘심이 발동하야」 「드라마 게임」 「지뢰밭」 「남이섬」 등 5편을 묶었다. 한국전쟁과 분단, 소통의 실패, 죽음이 남긴 흉터를 작가는 ‘마음의 감기’로 포착한다. 상처를 덮지 않고, 그 상처가 사람을 어떻게 바꾸는지 끝까지 따라간다.

책의 앞부분은 노년의 체감으로 세계를 바라본다. 기다림과 이별, 남겨진 자의 공허가 삶의 결로 스며든다. 「꾀꼬리 편지」는 그리움이 남긴 빈자리를 투명하게 비추고, 「춘심이 발동하야」는 진실이 빠져나간 관계의 허기를 드러낸다. 말이 오가지만 마음은 닿지 않는 순간이 반복된다. 작가는 그 틈을 과장하지 않고 조용히 확대한다. 그래서 읽는 이는 자신의 내면에도 비슷한 감기가 있었는지 되묻게 된다.

전쟁과 분단의 상처는 더 직접적으로 등장한다. 「드라마 게임」과 「지뢰밭」은 폭격, 실종, 이데올로기의 억압이 남긴 트라우마를 ‘기억의 윤리’로 끌어올린다. 누군가는 끝내 밝혀지지 않은 죽음의 명단을 찾아 나선다. 누군가는 살아남았다는 사실 자체를 책임으로 떠안는다. 과거는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공동체의 일상 속에 잠복해 있다. 작품들은 그 잠복한 상처를 마주 보게 만들며, 치유가 단숨에 오지 않는다는 현실을 정면으로 보여준다.

표제작 「남이섬」은 질문 하나를 길게 끌고 간다. “나미는 누구인가”라는 의문이 이야기를 밀어붙이지만, 답은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전쟁의 한복판에서 누군가를 살린 ‘어떤 존재’가 기표처럼 떠돈다. 그 존재는 사람일 수도, 상징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정답이 아니라, 그 정답을 찾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존엄과 기억의 방식이다. 작가는 남이섬이라는 공간의 빛나는 현재와 아픈 어제를 포개며, 우리가 밟고 걷는 땅 아래에 무엇이 묻혀 있는지 묻는다.

『남이섬』은 노년의 감각으로 한국문학의 시간을 확장한다. 삶의 끝자락에서 더 또렷해지는 상처와 연민, 그리고 소통을 향한 작은 감기(感起)가 작품마다 이어진다. 상처 이후의 삶을 말로 다시 세우는 일, 그 느린 복원을 믿는 독자에게 이 책은 오래 남는다. 결국 이 소설집의 결론은 하나다. 상처를 부정하지 않을 때, 비로소 사람은 서로를 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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