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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한겨레출판이 바바라 몰리나르의 소설집 『나는 혼자고 지금은 밤이다』를 백수린 번역으로 펴냈다. 마르그리트 뒤라스가 원고를 발굴해 직접 엮고 서문과 대담까지 남긴, 작가 생애 유일한 책이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 책은 13편의 단편을 통해 고독과 질병, 죽음, 사랑을 낯설고 선명한 감각으로 그려낸다. 출간은 이번에 이루어졌고, 한국 독자는 뒤라스의 기록과 함께 몰리나르의 세계를 처음 만난다.
이 소설집의 출발점은 글쓰기 자체가 삶의 고통을 견디는 방식이라는 인식이다. 뒤라스는 서문에서 “글쓰기는 경험이다”라고 적으며, 이 책의 문장들이 허구의 장식이 아니라 살아낸 기록에 가깝다고 강조한다. 독자는 그 선언을 따라, 현실과 꿈의 경계가 무너진 장면들을 통과하며 불안의 정체를 되묻게 된다.
작품들은 초현실적이되 임의로 흐릿하지 않다. 공항에 도착해도 누구도 만나지 못하고 되돌아가는 인물, 자신의 신체가 잘려나가거나 바뀌는 세계, 감시와 오해가 일상처럼 굳은 공간이 반복된다. 고독, 타자성, 실존, 불안 같은 키워드가 한 편 한 편에서 다른 얼굴로 나타나며, 인물들의 강박은 현대의 일상과 닮은 결로 독자를 압박한다.
이 책이 흥미로운 지점은 카프카나 베케트를 떠올리게 하면서도, 몰리나르만의 차가운 유머와 환각의 리듬이 있다는 점이다. “인류는 결함투성이다” 같은 문장은 세계 전체를 한 번에 기울이며, 익숙한 질서를 의심하게 만든다. 읽고 나면 서사는 풀리지 않은 채 남기보다, 오히려 ‘왜 이렇게 느껴졌는가’라는 질문을 독자 안에 남긴다.
부록 구성도 눈에 띈다. 뒤라스의 서문과 작가 대담 기록이 함께 실렸고,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 15점이 수록돼 텍스트의 불안을 시각적으로 확장한다. 번역은 프랑스문학 전공자이자 소설가인 백수린이 맡아, 문장의 건조함과 균열의 리듬을 한국어로 옮겼다. 불안의 밤을 통과하는 13편의 단편이, 고독을 견디는 언어가 무엇인지 되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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