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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은 인류의 어두운 불안을 비추는 거울, 『매혹의 괴물들』 출간(나탈리 로런스, 푸른숲)

신화·과학·역사를 엮은 인문 괴물학 에세이

장세환2025년 12월 17일 오후 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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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의 괴물들.jpg출판사 제공

인류는 왜 수천 년 동안 괴물을 상상해 왔을까. 동굴 벽화와 신화부터 소설·영화·게임까지, 언제 어디에나 등장하는 괴물의 뿌리를 추적한 인문 교양서 『매혹의 괴물들』이 푸른숲에서 번역 출간됐다.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동물학과 과학사를 공부한 연구자 나탈리 로런스는 괴물이야말로 “인류의 어두운 불안이 낳은 필수적인 창조물”이라고 말하며, 인간과 자연, 문명을 잇는 독특한 관점을 제시한다. BBC 와일드라이프가 선정한 ‘2024 최고의 책’이자 멀린 셸드레이크의 추천을 받은 화제작이다.

저자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전 세계에 흩어진 괴물들을 단순히 나열하는 대신, 왜 인간이 괴물을 만들어야 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생존자가 되기 전, 거대 포식자와 자연재해에 휘둘리던 피식자로서의 기억이 인간 정신 깊숙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인류는 그 불안을 통제하기 위해 혼돈과 폭력성을 괴물의 형상에 실어 밖으로 밀어냈고, 공동의 괴물을 상상하고 함께 맞서는 과정에서 집단의 규범과 질서를 다져 왔다고 로런스는 읽어낸다. “괴물은 우리가 멀리 보낸 우리 자신의 일부”라는 진술이 책 전반을 관통한다.

구성은 크게 세 부분이다. 1부 ‘천지창조의 괴물’에서는 선사시대 동굴 벽화 속 뿔 달린 주술사, 메소포타미아의 암용 티아마트, 미로에 갇힌 미노타우로스를 통해 혼돈과 창조, 문명의 탄생을 둘러싼 상상력을 살핀다. 우주를 가르기 위해 괴물을 토막 내던 신화 속 장면들이 “질서와 혼돈을 나누려는 인간 정신의 첫 실험실”이었다는 해석이 흥미롭다. 2부 ‘자연과 괴물’에서는 뱀과 결합한 이브와 릴리트, 늑대·상어·경계 위를 서성이는 야생 동물들, 리바이어던의 후예로 그려진 바다 괴물들이 등장한다. 자연의 힘과 동물의 공격성을 “타자 탓”으로 돌리며 우리 안의 폭력성을 외부로 전가해 온 문명의 메커니즘을 짚는다.

3부 ‘지혜의 괴물’에서는 지식이 확장될 때마다 새롭게 등장한 괴물들을 추적한다. 17세기 분더카머른(호기심의 방)에 진열된 키메라와 히드라는 실제 동물 표본과 상상력이 섞여 탄생한 경계 존재로 읽힌다. 식민지 시대 유럽인의 시선에 비친 천산갑은 “끼워 맞추기 힘든” 생명체에서 ‘히드라’ 같은 괴물로 변주되며, 과학·자원·착취가 얽힌 식민지 상상력을 드러낸다. 공룡 역시 신화 속 용과 과학적 화석이 뒤섞인 현대의 괴물로 다루어진다. 영화 속 비늘 달린 슈퍼 히어로로 재탄생한 공룡은 “거대한 포식자 앞에서 느끼는 본능적 공포와 낯선 생명체에 대한 호기심”을 안전한 거리에서 체험하게 하는 장치라는 것이다.

로런스는 괴물이 시대와 문화에 따라 끊임없이 모습과 의미를 바꾸어 온 과정을 따라가면서, 인류가 자연과 타자를 대하는 태도 또한 변화해 왔음을 보여 준다. 늑대·뱀·상어·천산갑 등 실제 동물들이 어떤 순간에는 악마화되고, 또 어떤 순간에는 보호의 대상으로 전환되는 흐름 속에서 과학적 이해와 상상력, 경이의 감각이 어떻게 충돌하고 화해하는지 짚어낸다. 기후 위기와 전쟁, 혐오가 겹치는 인류세의 오늘, 저자는 “우리가 만든 괴물을 다시 읽는 일이 곧 우리 자신을 다시 이해하는 일”이라고 제안한다.

이 책은 괴물을 좋아하는 독자에게는 새로운 ‘괴물 인문학’의 입문서로, 환경·인류학·신화를 아우르는 교양서를 찾는 독자에게는 인간과 세계를 다시 묻는 사유의 지도로 다가간다. 저자는 “우리가 악마를 뿔 달린 신으로, 괴물을 다시 우리 안의 일부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다른 생명과 공존할 길이 열린다”고 말하며, 괴물을 통해 인간다움의 조건을 다시 써 보자고 조용히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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