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상세
『10대를 위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야기』 출간(프란체스카 만노키, 롤러코스터)
분쟁의 땅을 ‘사람의 얼굴’로 다시 읽다, 가자 지구에서 시작하는 10대를 위한 분쟁 리터러시
출판사 제공
세계 곳곳의 분쟁지역을 취재해 온 종군기자 프란체스카 만노키가 이번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야기만을 한 권에 담았다. 『10대를 위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야기』는 뉴스 화면 속 폭격 장면과 숫자로만 소비되던 전쟁을,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얼굴과 일상의 언어로 옮겨 놓은 청소년 인문 교양서다. 한국어판은 번역가 김현주가 옮기고, 30년 넘게 국제분쟁을 취재해 온 기자 구정은이 감수를 맡아 국내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책은 먼저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이 ‘검은 토요일’이라고 부르는 날의 한 장면에서 시작한다. 가자 지구 인근 키부츠에 사는 노부부가 평소처럼 경보에 맞춰 대피실로 내려가 물을 챙기고, “잠시 뒤 커피를 끓여야지” 하고 생각하는 순간, 전기가 끊기고 밖에서 총성이 들려오는 장면이다. 저자는 이렇게 뉴스에선 ‘사건 발생 시각’으로만 처리되는 시간을, 한 사람의 아침 루틴과 두려움, 혼란의 감각으로 세밀하게 옮겨 놓는다. 거대한 정치·군사적 갈등을 말하기 전에, 그 안에서 흔들리는 개인의 마음부터 보여 주는 방식이다.
이후 서술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근현대사를 연대기처럼 나열하는 대신, 서로 다른 위치에 놓인 사람들의 증언으로 짜인다. 서안 지구를 가르는 ‘보안 장벽’으로 일터와 밭에 가는 길이 끊긴 주민들, 가축과 함께 보금자리를 떠나야 했던 베두인 공동체, 통행허가를 받지 못해 집에 쓰러진 가족을 바로 돌보지 못한 가장의 이야기 등이 이어진다. 국제사법재판소가 위법 판결을 내렸지만 장벽 건설이 계속된 과정, 정착촌 확대가 일상의 동선을 어떻게 바꿔 버렸는지 같은 구조적 문제도, 구체적인 생활의 언어로 설명한다.
책의 중요한 축 가운데 하나는 ‘저항하는 사람들’이다. 점령 현실을 기록하는 팔레스타인 청년들, 군 복무를 거부하거나 점령지의 실태를 알리기 위해 활동하는 이스라엘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목소리가 함께 실린다. “떠나기를 바라지만 떠나지 않기로 선택한 사람들”, “점령을 마주하게 하려는 이스라엘인들”의 이야기는, 이 갈등을 어느 한쪽의 이야기로만 소비하지 말라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저자는 폭력과 보복의 악순환 속에서도 각자가 지키려 하는 인간성, 관계, 존엄의 순간을 포착해 보여 준다.
청소년 대상 책이라고 해서 설명을 단순화하거나 선악 구도로 나누지 않는 점도 눈에 띈다. 이스라엘 건국, 1948년 전쟁과 난민 발생, 점령과 인티파다, 최근 가자 전쟁에 이르기까지의 굵직한 사건들이 등장하지만, 저자는 “누가 더 나쁘냐”가 아니라 “누가 무엇을 잃고 있는가”, “우리는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멀리 떨어진 전쟁을 소비하는 태도 대신, 타인의 경험을 듣는 법과 복잡한 문제를 서둘러 단순화하지 않는 태도를 배우게 하는 것이 이 책의 목표다.
프란체스카 만노키의 이전 저작 『10대를 위한 세계 분쟁지역 이야기』가 여러 전쟁터를 가로지르며 세계 지도를 펼쳐 보였다면, 이번 책은 한 지역에 ‘줌 인’해 갈등의 구조와 민간인의 삶을 더 깊이 들여다본다. 뉴스 속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보도가 부담스럽기만 했던 청소년과 청년 독자에게, 분쟁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첫 길잡이 역할을 할 만한 책이다.
전쟁 지도를 보기 전에 그 위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얼굴부터 떠올리게 만드는 것, 이 책이 10대 독자에게 건네는 가장 중요한 배움이다.
관련 기사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