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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괴담』 출간(온다 리쿠, 열림원)

커피 향 따라 스며드는 서늘한 괴담

장세환2025년 12월 14일 오후 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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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괴담.jpg출판사 제공

부드러운 커피 향 아래, 일상과 이세계의 경계가 슬며시 흔들리는 괴담집이 나왔다. 나오키상과 일본 서점대상을 동시에 수상한 작가 온다 리쿠의 데뷔 30주년 기념 연작소설 『커피 괴담』이 열림원에서 출간됐다. 교토의 오래된 카페를 무대로, 작가가 직접 겪고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6편의 괴담이 잔잔한 서정과 서늘한 공포를 동시에 선사한다. 소소한 카페 여행기와 야밤에 떠올릴 섬뜩한 장면을 한 권으로 즐기고 싶은 독자에게 눈길을 끄는 신간이다.

이번 작품의 화자는 레코드 회사 프로듀서 쓰카자키 다몬이다. 그는 어느 여름날, 교토에 있는 친구 오노에의 초대를 받고 오래된 카페를 찾는다. 그곳에서 또 다른 친구 미즈시마와 함께 모인 세 사람은 카페들을 순례하며 각자가 알고 있는 괴담을 차례로 들려주는 모임, 이른바 “커피 괴담”을 시작한다. 백주 대낮, 사람들 드문 골목의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이어지는 이야기는 처음에는 소소한 농담처럼 흘러가다가, 천천히 불안과 기시감을 불러오는 방향으로 궤도를 틀어 나간다.

온다 리쿠 특유의 서정적 공포는 이번에도 변함없이 살아 있다. 작가는 “괴담을 이야기하고 있으면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든다”는 인물의 대사를 통해, 공포가 단순한 자극이 아니라 몸으로 느끼는 생생한 감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소름이 돋거나, 항문이 스멀거리는 아주 구체적인 생리 반응을 포착해내면서, 독자가 페이지를 넘기는 손끝까지 긴장시키는 것이 이 연작의 힘이다. 일상적 풍경이 어느 순간 이상해 보이고, 평범한 카페의 카펫과 풍경화, 스테인드글라스가 모두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기운을 띠는 장면에서는 현실과 괴담의 경계가 미묘하게 허물어진다.

『커피 괴담』 속 이야기들은 대부분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작가가 직접 겪은 일, 주변에서 전해 들은 괴담, 실제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은 이야기들을 다시 엮어 소설로 만든 덕분에, 독자는 읽고 난 뒤에도 “이건 소설이 아니라 정말 있을 법한 일 아닐까” 하는 찜찜한 여운을 오래 가져가게 된다. 우산 하나, 오래된 스테인드글라스, 비탈길의 데자뷔처럼 너무 사소해서 그냥 넘길 만한 장면들이 괴이한 기운을 띠며 되살아난다. 인물이 “어쩌면 일상에도 이런 일이 많은데 우리가 그냥 지나치는 건 아닐까” 하고 중얼거리는 순간, 독자 역시 자신이 드나드는 카페와 골목을 새삼 다른 눈으로 보게 된다.

커피와 카페는 책 전편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이다. 작가는 실제로 일본 곳곳의 카페를 다니며 맛과 분위기를 즐겨온 경험을 바탕으로, 간다와 교토, 오사카, 고베의 공간들을 소설 속에 녹여냈다. 오래된 나무 냄새와 낮은 조명, 낡은 카펫, 카운터와 바리스타의 손길 같은 디테일이 카페를 단순한 무대가 아니라 괴담을 “초빙하는” 장치로 만든다. 등장인물들은 괴담을 주고받으며 특유의 친밀감을 나누고, “무섭다”는 감각을 공유하는 순간에만 생겨나는, 비즈니스와 이해관계를 벗어난 일체감을 맛본다. 공포를 매개로 한 은밀한 우정과 대화의 시간이, 이 작품이 그리는 가장 인간적인 장면들이다.

온다 리쿠는 데뷔작 『여섯 번째 사요코』 이후 미스터리, 판타지, 호러, 청춘소설을 넘나들며 ‘노스탤지어의 마술사’라는 애칭을 얻은 작가다. 『밤의 피크닉』, 『유지니아』, 『꿀벌과 천둥』 등으로 일본 서점대상과 나오키상을 휩쓴 뒤에도, 그는 꾸준히 서정성과 괴이함이 섞인 세계를 확장해 왔다. 『커피 괴담』은 작가가 스스로 “나는 호러 체질의 작가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말할 만큼,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확인하는 기념비적인 연작이다. 일상과 공포, 향수와 섬뜩함이 한 잔의 커피처럼 은근히 섞여드는 이 책은, 괴담을 좋아하는 독자뿐 아니라 카페를 사랑하는 이들에게도 색다른 여행을 선물할 것이다.

‘커피 괴담’이라는 제목처럼, 이 책은 괴담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일종의 초대장이다. 독자가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자신이 자주 가는 카페의 창가 자리에서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 혹은 지금 나누는 이야기가 언젠가 다른 누군가에게 전해질 괴담의 시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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