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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이후를 설계하는 상상력, 『사회적 소유 자본』 출간(이상섭, 푸른나무)

사회 구성원이 모두 ‘공동 자본가’가 되는 사회를 상상하다

장세환2025년 12월 14일 오후 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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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소유 자본.jpg출판사 제공

끝을 향해 가는 자본주의 이후의 세계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이상섭의 신간 『사회적 소유 자본』은 이 질문을 정면에서 붙잡고, 자본주의의 종말을 붕괴가 아니라 연착륙으로 이끌기 위한 체제 전환 전략을 제시하는 책이다. 452쪽 분량으로 출간된 이 책은 기후 위기와 에너지 고갈, 노동 없는 성장으로 대표되는 오늘의 현실을 전 인류적 위기로 규정하고, 더 이상 대다수의 삶을 발전시킬 수 없는 자본주의를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저자는 오랜 운동 경험과 자영업, 기업 운영의 현장을 거치며 현대 자본주의의 작동 방식을 몸으로 확인한 뒤, 지금의 체제가 지속될 경우 인류는 암담한 파국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과거 사회주의 혁명 실험이 권위주의와 국가자본주의로 귀결된 경험을 되짚으며, 한 번에 체제를 전복하는 방식이 아니라 단계적 이행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책의 앞부분은 바로 이 전환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며, 새로운 사회적 주체와 전략의 방향을 개괄한다.

이상섭이 제안하는 핵심 개념은 자본을 사적 소유 자본과 사회적 소유 자본으로 나누는 발상이다. 사회적 소유 자본은 국가나 소수 자본가가 아닌 사회 구성원 전체가 균등 지분을 가진 자본을 뜻한다. 사람들은 이 자본의 소유자이자 노동 제공자로 참여하며, 그 운영은 민주적 통제를 받는다. 사회적 소유 자본의 네트워크가 확대될수록 사적 소유 자본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장기적으로는 사적 자본을 대체해 나가는 이행기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제시된다. 저자는 이를 위해 지역과 국가, 국제적 차원에서 사회적 소유 자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누구나 참여 가능한 인터내셔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책의 보론에서는 인류사와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의 흐름을 훑으며 지금 우리가 선 자리의 역사적 좌표를 짚는다. 원시 공동체에서 고대 노예제, 봉건제, 근대 자본주의로 이어진 변화를 살피고, 자유주의와 사회진화론, 케인스주의와 복지국가론, 신자유주의로 이어지는 사상적 변천을 비판적으로 정리한다. 이어 기축통화 체제와 신자유주의 세계화, 글로벌 분업 구조, 기업과 노동의 변화, 환경 파괴와 지속 가능성의 위기까지 현대 자본주의의 거시적 구조를 촘촘히 분석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대가 어떻게 불로소득 구조를 만들어 내는지, 과학기술과 예술이 어떤 계급적 본질과 한계를 지니는지, 조세 정책과 소비문화, 후기 파시즘, AI와 양자컴퓨터 같은 첨단 기술이 어떻게 체제 위기를 증폭시키는지도 다양한 각도에서 짚어낸다.

이 책이 무엇보다 강조하는 지점은 자본주의 이후의 세계 역시 선언만으로 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기존 체제의 급격한 붕괴는 인류 전체의 파멸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에, 새로운 질서로의 연착륙을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사회적 소유 자본이야말로 현실 정치와 세계 경제 질서 속에서 실제로 구축 가능한 전환 장치라고 주장한다. 동시에 자본주의가 절대 불변의 자연 질서가 아니라 역사적으로 형성된 하나의 체제일 뿐이라는 인식을 공유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학생운동과 노동운동, 현장의 기업 경영까지 거친 저자의 시선은 이론과 경험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하며, 자본주의 이후를 고민하는 시민과 연구자, 활동가들에게 긴 호흡의 지적 자극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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