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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사랑이 부른 파국의 역설, 『킬 유어 달링』 출간(피터 스완슨, 푸른숲)
부부의 비밀 살인을 역순으로 추적하는 심리 스릴러
출판사 제공
사랑과 공모, 그리고 살인으로 묶인 부부의 비밀을 역순으로 추적하는 피터 스완슨의 신작 스릴러 『킬 유어 달링』이 푸른숲에서 출간됐다. 결혼 25년 차 톰과 웬디, 겉으로는 남부럽지 않은 중년 부부의 일상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러나 남편 톰이 자신과 아내의 과거 범죄를 바탕으로 한 추리 소설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순간, 두 사람의 결혼은 되돌릴 수 없는 균열 속으로 빠져든다. 결국 웬디가 선택한 해결책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직접 죽이는 것, 자신들의 죄를 영영 묻어버리기 위한 또 한 번의 범죄다.
피터 스완슨은 데뷔 이후 일관되게 “선악의 경계가 흐려진 인물들”을 통해 현대 스릴러의 윤리를 시험해 왔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는 통상적인 추리 서사의 공식을 비틀어 초반부터 피해자와 범인의 정체, 범행 수법까지 드러낸 뒤,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역순 스릴러’ 구조를 택했다. 독자는 이미 결말을 알고 있으면서도, 어떻게 이 부부가 같은 악몽을 품게 되었는지, 어느 지점에서 사랑이 공범 의식으로 뒤틀리고 다시 파국으로 치닫는지를 따라가며 피할 수 없는 서스펜스에 휘말린다. “우리처럼 똑같은 악몽을 가진 부부”라는 대사에 농축된 운명 공동체의 감각은 이 부부의 사랑이 얼마나 비틀린 방식으로 완성됐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작품 속 톰과 웬디의 관계는 로맨스와 스릴러의 경계에서 미묘하게 흔들린다. 젊은 시절, 사랑을 위해 저질렀던 살인이 둘만의 비밀이자 끈끈한 유대가 되었지만, 세월이 지날수록 그 죄책감은 톰의 삶을 조용히 갉아먹는다. 술과 외도, 종교로 도피하던 그는 결국 그 죄를 소설로 써서 세상에 내놓겠다는 위험한 욕망에 사로잡힌다. 반대로 웬디는 “우리가 한 일은 둘이 함께 한 일”이라고 믿으며 공모의 기억을 결속의 증거로 붙들고자 한다. 한 사람은 죄의 무게에 짓눌리고, 다른 한 사람은 그 죄마저 사랑의 증거로 삼으려 할 때, 부부 관계는 서서히 균형을 잃고 붕괴해간다.
‘킬 유어 달링’이라는 제목은 글 쓰는 이들에게 가장 사랑하는 문장을 지워야 좋은 글이 된다는 문학 격언을 떠올리게 한다. 스완슨은 이 문장을 문자 그대로 뒤틀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제거해야 비로소 삶이 완벽해진다고 믿는 인물의 위험한 논리를 드러낸다. 웬디는 그동안 자신을 짓눌러 온 공포와 불안을 끝내기 위해, 동시에 과거 범죄의 흔적을 차단하기 위해 남편을 제거할 계획을 세운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응보와 용서, 죄책감과 생존 본능이 뒤엉킨 인간 심리의 밑바닥을 마주하게 된다. “이 집에서 살인자가 당신 하나만 있는 건 아니야”라는 인물의 목소리는, 죄의 무게를 한 사람에게만 지우지 않겠다는 기묘한 정의감과 왜곡된 연대의식까지 함께 드러낸다.
이 작품은 속도감 있는 전개와 쉴 틈 없는 반전으로 읽는 이를 몰아붙이면서도, “과연 누구를 벌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끝까지 던진다. 법정에서의 심판 대신, 삶 전체를 관통하는 죄책감과 불안이 또 다른 형벌이 될 수 있는지, 사랑이라는 명분이 얼마나 쉽게 자기 합리화로 변질되는지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피터 스완슨 특유의 냉정한 문체와 블랙유머는 잔혹한 사건의 묘사 속에서도 묵직한 여운을 남기며, 독자로 하여금 마지막 장을 덮고 난 뒤에도 오랫동안 부부의 선택을 떠올리게 만든다.
『죽여 마땅한 사람들』 이후 한국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피터 스완슨의 최신작이라는 점, 줄리아 로버츠 주연·제임스 그레이 연출로 영화화가 진행 중이라는 화제성까지 더해지며, 『킬 유어 달링』은 스릴러 독자뿐 아니라 관계 심리와 도덕적 딜레마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도 강력한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랑과 죄, 그리고 이야기 자체의 힘이 어디까지 인간을 몰아붙일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독자라면 이번 작품이 한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강렬한 독서 경험이 될 것이다.
사랑을 위해 시작된 한 편의 “영화 같은 이야기”가 어떻게 진짜 살인극으로 끝나는지를 역순으로 따라가는 이 소설은, 우리가 사랑과 양심 사이에서 내리는 선택이 삶을 어디까지 비틀어놓을 수 있는지에 대한 섬뜩한 경고이자 집요한 질문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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