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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자리에서 다시 희망을 묻다, 『모든 눈물에는 온기가 있다』 출간(박래군, 한겨레출판)

한국 인권운동 45년의 현장을 통과한 기록, 혐오와 냉소 시대에 보내는 연대의 에세이

장세환2025년 12월 12일 오후 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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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눈물에는 온기가 있다.jpg출판사 제공

1980년대 군부독재 시절부터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까지. 한국 현대사의 가장 아픈 현장을 맨몸으로 통과해 온 인권운동가 박래군이 45년의 시간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세계 인권의 날이자 세계인권선언 77주년을 맞은 2025년 12월 10일 출간된 『모든 눈물에는 온기가 있다』는, 국가 폭력과 재난 참사, 차별과 배제가 남긴 상처를 기록한 자전적 인권 에세이이자 “끝까지 잊지 않겠다”는 다짐의 비망록이다.

문학청년이었던 박래군은 연세대 시절 시위를 목격하며 거리로 나섰고, 강제징집·노동운동·옥중투쟁을 지나 인권운동가의 길을 택했다. ‘광주학살 원흉 처단’을 외치며 스물여섯에 분신한 동생 박래전의 죽음은 그를 민주화운동유가족협의회와 인권운동사랑방, 각종 진상규명 현장으로 이끌었다. 동생을 잃은 상실은 개별의 눈물을 넘어, 의문사 진상 규명과 고문 철폐, 장애인 인권,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으로 확장됐다.

책은 총 5장으로, 문학청년에서 운동가가 되기까지의 변신, 유가족이 되어 다른 유가족 곁을 지켜 온 시간, 인권운동사랑방과 국가인권위 등에서 마주한 고문 피해자와 시설 수용자의 현실, 대추리·용산 참사 현장에서의 싸움, 세월호 이후 ‘생명안전운동가’로 나아간 발걸음을 차례로 따라간다. 대추리 미군기지 확장 저지 투쟁, 용산 참사, 양지마을·에바다 사건, 희망버스와 노란봉투 캠페인,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까지, 한국 인권운동의 굽이마다 박래군의 흔적이 겹쳐진다.

“나의 인생은 죽은 이들과 더불어 사는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슬픔의 기억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독방에서 삼킨 눈물은 다시 거리의 연대로 돌아오고, 유가족들의 절규는 차별금지법·탈시설 운동 등 새로운 과제로 이어진다. “질 줄 알면서도 하는 싸움”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한 번의 패배가 역사의 끝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고 또 지는 싸움 속에서도 조금씩 전진해 온 발자국을 통해, 책은 “세상은 나빠지기만 한 것이 아니다”라는 조심스러운 희망을 내민다.

기자 시절부터 인연을 이어온 작가 김훈이 직접 취재해 쓴 추천사는, 박래군을 “타인의 고통을 자기 몸으로 끌어안고 현실로 직입하는 사람”으로 규정하며 이 책의 무게를 더한다. 말미에 수록된 ‘박래군 인권운동 45년 연표’는 개인의 인생사와 한국 인권운동의 역사를 함께 조망할 수 있게 한다.

『모든 눈물에는 온기가 있다』는 차가운 뉴스에 지친 독자들에게, 아직 이 사회에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책이다. 끝내 포기하지 않는 몇 사람의 눈물이 어떻게 다음 세대의 안전과 존엄으로 이어지는지, 그 느리고 완강한 과정을 보여주는 기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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