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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 지구까지 덜 아프게 먹는 법, 『경봉 스님의 무해한 식탁』 출간(경봉, 책공장더불어)

사찰 음식부터 비건 파스타까지, 113가지 레시피로 배우는 “해치지 않는 밥상”

장세환2025년 12월 11일 오후 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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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봉 스님의 무해한 식탁.jpg출판사 제공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동물을 해치지 않고, 나 자신에게도 독이 되지 않는 밥상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책이 나왔다. 요리 연구자이자 비구니 수행자인 경봉 스님의 첫 요리 에세이 『경봉 스님의 무해한 식탁』이 책공장더불어에서 출간됐다. 사찰 음식의 정신을 바탕으로 자연식·발효 요리부터 서양식 비건 메뉴, 다이어트 식, 반려견과 함께 먹는 간식까지 113가지 레시피를 담아 “채식은 건강하고, 무엇보다 쉽고 맛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화려한 플레이팅 대신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를 묻는 시선으로, 한 그릇 식탁 안에 건강과 윤리, 수행의 태도를 함께 담아낸 점이 눈에 띈다.

경봉 스님은 동학사 비구니 강원에서 경전을 공부하고 중앙승가대학교에서 역경학과 포교사회학을 전공했으며, 자연식연구소 ‘마내하우스’를 운영하며 쌀 발효 요거트 ‘빛쌀’을 개발해 온 발효 요리 연구자다. 이번 책에서 스님은 “정성은 넣고 탐욕을 빼면 사찰 음식”이라는 말처럼, 몸과 마음에 독이 되지 않고 자연의 순환을 거스르지 않는 요리, 그리고 그 요리와 닮은 삶을 지향한다. 요리와 글, 사진, 그림을 모두 직접 맡아 한 권의 책을 작은 ‘공양간’처럼 꾸민 것도 특징이다.

책은 먼저 채수, 연두부 치즈, 템페, 비건 데미글라스 소스처럼 채식의 기본이 되는 “기본기 레시피”를 차근차근 소개한다. 사골 대신 채소와 곡물로 뽑아낸 채수, 연두부로 만드는 비건 치즈, 병아리콩 템페와 발효 소스로 만드는 스테이크·버거는 채식이 어렵고 힘들 것이라는 편견을 덜어낸다. 스님은 발효 음식을 “서두르지 않고 기다려야 하는 느림의 미학”이라 부르며, 발효 파스타, 템페 버거, 생들깨탕 등 발효 요리들이 삶의 속도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적는다.

사찰 요리의 전통도 책 곳곳에 살아 있다. 열무김치와 꽁보리밥, 강된장, 호박 왁저지, 규아상 만두, 도토리 칼국수, 김치 콩나물 갱죽 같은 소박한 밥상은 “화려하지 않지만 오래 기억에 남는 맛”으로 소개된다. 스님은 “재료가 간단하다고 그저 그런 요리가 아니다”라며, 애호박 고명 국수나 돌미나리 겉절이처럼 손쉬운 한 접시에서도 얼마나 많은 정성과 자비의 마음을 담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냉장고를 털어 만드는 유니짜장과 오이지 파스타, 무장아찌 ‘환생법’은 음식 쓰레기를 줄이고 생명을 아끼는 태도가 곧 수행이라는 메시지와도 맞닿아 있다.

동시에 이 책은 사찰 음식의 경계를 가볍게 넘나든다. 비건 치즈 파스타, 고수 페스토 파스타, 노각 알리오 올리오, 토마토 옹심이, 생들깨 수프, 비건 왕토란 스테이크 등 서양식 조리법을 빌려 온 다양한 파스타와 스테이크 요리가 등장한다. 치즈를 끊지 못해 고민하는 초보 채식인에게는 “치즈가 먹고 싶을 때 먹어도 괜찮다”는 위로와 함께, 콩과 발효의 힘으로 치즈 풍미를 살린 비건 치즈 퐁듀, 블루치즈 스타일 소스를 제안한다. “채식은 정해진 정답을 따르는 일이 아니라, 각자의 삶 속에서 매일 조금씩 실천해 가는 과정”이라는 문장이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태도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개와 인간이 함께 먹는다’ 장이다. 파·마늘·양파를 쓰지 않는 사찰 음식의 특성을 살려, 반려견과 사람이 함께 먹을 수 있는 머핀, 토마토 스파게티 레시피를 따로 담았다. 또한 산과 텃밭을 찾는 야생동물과의 공존을 이야기하며, “자두는 나보다 부지런한 곤충과 새들 몫”이라거나, 고라니 가족이 드나드는 텃밭 이야기를 통해 밥상과 생태, 수행이 하나의 흐름임을 부드럽게 일러 준다.

경봉 스님은 책에서 “음식도 곧 마음이기에, 어떤 마음으로 음식을 짓고 먹는지가 곧 나를 만든다”고 말한다. 생명을 해치지 않는 음식, 복을 짓는 음식을 차리는 일은 거창한 수행이 아니라 매일의 반찬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경봉 스님의 무해한 식탁』은 채식 초보부터 사찰 음식에 관심 있는 독자, 건강과 환경, 윤리적 소비를 고민하는 이들까지 두루 함께 읽을 수 있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실천의 요리책으로 자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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