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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폭력의 지옥에서 살아남으려는 아이, 『차일드 호더』 출간(프리다 맥파든, 밝은세상)

폭풍우 치는 밤, 오두막에 찾아온 피투성이 아이가 여는 잔혹한 심리 스릴러

장세환2025년 12월 11일 오후 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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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드 호더.jpg출판사 제공

하버드 출신 뇌 손상 전문의이자 ‘베스트셀러 제조기’로 불리는 프리다 맥파든의 최신작 『차일드 호더』가 밝은세상에서 번역 출간됐다. 아마존 스릴러 부문 1위, 초판 12만 부 완판, 《뉴욕타임스》와 《USA 투데이》 등 유수 매체 베스트셀러 순위를 휩쓴 작품으로, “책을 펼치는 순간 어둠과 빛을 넘나드는 반전의 소용돌이에 휩쓸릴 수밖에 없다”는 평가를 받는 심리 스릴러다. 가정 폭력이 일상화된 집, 지독한 ‘호더’(저장 강박)인 엄마와 사는 아이의 생존 투쟁을 전면에 내세워, 폭력 가정의 현실과 아이의 선택이라는 무거운 질문을 팽팽한 서스펜스 속에 담아낸다.

소설은 뉴햄프셔 숲속 오두막에 은둔 중인 전직 교사 케이시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현재’와, 엄마 데지레와 단둘이 사는 소녀 엘라의 시점으로 그려지는 ‘과거’를 교차시키며 이야기를 끌고 간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어느 밤, 지붕은 삐걱거리고 거대한 나무는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로운 오두막에 케이시는 혼자 남는다. 전기도, 전화도 끊긴 고립된 상황에서 창밖을 내다본 순간, 어둠 속 유리창에 낯선 아이의 얼굴이 떠오른다. 피로 얼룩진 옷,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배낭, 손에 쥔 스위치블레이드. 케이시는 필사적으로 아이를 진정시켜 집 안으로 들이고 음식을 챙겨 주지만, 아이는 칼을 놓지 않은 채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아이는 자신을 ‘엘리너’라고 소개하지만, 배낭에서 나온 지도에는 케이시의 오두막이 표시되어 있고, 노트에는 누군가를 고문하고 살해하는 그림이 빼곡하다. 복수심에 불타는 아이가 노리는 대상은 누구인가. 케이시는 아이가 가정 폭력 피해 아동일 수 있다는 직감과, 자신이 목표물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사이에서 서서히 옥죄여 간다. 아이가 서랍 깊숙이 숨겨둔 글록 권총까지 찾아내 케이시를 결박하면서, 폭풍우 치는 밤의 오두막은 외부 도움을 기대할 수 없는 폐쇄 공간이자 심리전의 무대로 변한다.

한편 ‘과거’ 시점의 엘라는, 상습적인 가정 폭력과 저장 강박증을 보이는 엄마 데지레와 살고 있다. 썩어 액체로 변한 호박과 악취 나는 복숭아,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으로 가득 찬 냉장고, 발 디딜 틈 없이 쌓인 잡동사니 속에서 엘라의 일상은 그야말로 감옥이다. 엄마는 엘라의 팔을 담뱃불로 지지고, 외출할 때는 벽장에 가둬 두며, 학교 급식 신청조차 막는다. 점심을 굶다 못해 친구들의 샌드위치를 훔쳐 먹다 교장실을 들락거리는 엘라는 반 아이들에게 ‘냄새나는 아이’, ‘도둑질하는 아이’로 낙인찍힌다. 그나마 유일한 친구 앤턴마저 폭행 사건으로 소년원에 가게 되면서, 엘라는 완벽한 외톨이로 내몰리고 “이대로는 더는 못 버틴다”는 절박함 속에서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된다.

『차일드 호더』의 강점은 도덕적으로 완벽한 인물을 내세우기보다, 상처와 분노, 욕망과 죄책감이 뒤엉킨 인물들을 통해 현실의 복잡함을 정면으로 마주한다는 점이다. 억울한 아이들을 지키려다 교사직을 잃고 오두막으로 숨어든 케이시, 폭력적인 엄마와 제도 사이에서 갈 곳을 잃은 엘라, 그리고 폭풍우 속 오두막에 나타난 엘리너까지, 모두가 ‘옳고 그름’의 흑백 논리로는 쉽게 판단할 수 없는 회색 지대에 서 있다. 독자는 페이지를 넘길수록 “아이에게, 이 상황에서 무엇이 정의인가”라는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프리다 맥파든 특유의 빠른 전개와 짧은 챕터 구성, 장면마다 심장을 조이는 클리프행어 구조는 한 번 책을 펼치면 쉽게 손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읽는 동안 스마트워치가 여섯 번이나 심박수를 경고했다”는 해외 독자들의 반응처럼, 폭풍 속 오두막과 쓰레기로 가득 찬 집, 교장실과 소년원 등 폐쇄적 공간들이 만들어내는 압박감이 마지막 반전까지 긴장을 놓지 못하게 한다. 동시에 작품은, 폭력을 ‘훈육’이라 부르고 외면해 온 사회의 무관심과 제도적 허점을 날카롭게 드러내며, 가정 폭력 피해 아동을 향한 시선과 책임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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