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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이후의 세계를 묻다, 『자본주의는 계속 살아남을 것인가?』 출간(울리케 헤르만, 갈라파고스)
녹색성장은 망상이다, 전시경제에서 찾는 ‘생존경제’의 청사진
출판사 제공
기후 위기와 불평등이 일상이 된 시대, 자본주의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독일에서 14만 부 이상 판매되며 큰 화제를 모은 울리케 헤르만의 『자본주의는 계속 살아남을 것인가?』가 갈라파고스에서 번역 출간됐다. 경제사와 철학을 공부한 저명 경제 전문 기자이자 케인스소사이어티상 수상자인 저자는 자본주의의 탄생과 작동 원리, 기후 위기와 녹색성장 담론, 그리고 자본주의 이후의 질서를 하나의 서사로 엮어내며 “이번에는 정말로 끝이 올 수밖에 없다”고 단언한다.
1부에서는 18세기 영국에서 산업혁명과 함께 자본주의가 어떻게 ‘발명’되었는지부터 짚어간다. 사유 재산이나 시장 같은 익숙한 설명을 넘어, 증기력과 화석 연료, 금융과 신용이 어떻게 결합해 전례 없는 성장 체제를 만들었는지 추적한다. 식민지 약탈과 노예제 덕분에 자본주의가 탄생했다는 통념도 정면으로 비판한다. 저자에 따르면 폭력과 착취는 도덕적으로는 끔찍했지만 경제적으로는 오히려 비효율적이었고, 자본주의의 핵심 동력은 다른 곳에 있었다.
이어지는 장에서는 “자본주의는 왜 멈출 수 없는가”라는 질문을 파고든다. 대출과 이자에 기대 성장하는 구조, 성장률이 떨어지는 순간 곧바로 실업과 위기가 터지는 자전거 같은 체제의 속성을 설명하며, 우리가 사실은 “소비 때문에가 아니라 생산 때문에 죽어가고 있다”고 날을 세운다. 완전 소비가 아니라 완전 고용을 목표로 삼는 사회에서 성장 강박이 어떻게 고착되는지도 짚는다.
2부의 초점은 녹색성장 비판이다. 태양광과 풍력, 원자력, 탄소 포집 기술, 디지털 전환과 효율 혁신이 기후 위기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낙관적 시나리오를 저자는 집요하게 해체한다. 전기는 저장이 까다롭고, 재생에너지는 값싼 에너지원이 아니라 거대한 인프라와 자원을 요구하는 고비용 시스템이며, 리사이클링과 공유경제 역시 리바운드 효과를 피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태양은 계산서를 보내지 않는다”는 말은 착각이며, 기술 발전이 이번에도 우리를 구할 것이라는 믿음은 위험한 신화에 가깝다고 강조한다.
결국 저자가 내리는 결론은 분명하다. 기후를 진지하게 지키려면 에너지 사용을 급격히 줄여야 하고, 이는 곧 경제 축소를 의미한다. 성장과 기후 보호는 동시에 달성할 수 없으며, 언젠가는 자발적 축소나 강제 붕괴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3부가 제시하는 키워드는 ‘생존경제’다. 울리케 헤르만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의 전시경제를 참조 사례로 불러낸다. 기업은 사유로 두되 국가가 생산 우선순위를 정하고, 희소 자원을 배급과 가격 규제로 공정하게 나누어 혼란과 굶주림 없이 총력전을 치렀던 경험에서, 혼란을 최소화하며 자본주의를 질서 있게 축소하는 모델을 읽어낸다.
책의 결론에서 저자는 “자본주의의 종말은 예언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말한다. 끝없는 성장을 포기하는 것은 상실이지만, 동시에 다른 종류의 해방일 수 있다는 메시지가 책의 마지막까지 관통한다. 자본주의 이후의 질서를 상상하지 못해 막연한 공포에 머물러 있는 독자들에게, 『자본주의는 계속 살아남을 것인가?』는 논쟁적이지만 구체적인 사고의 출발점을 제공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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