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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혁명의 얼굴, 『슈뢰딩거와 양자 혁명』 출간(존 그리빈, 세로북스)

파동역학의 탄생부터 양자 컴퓨터까지, 한 과학자의 삶으로 읽는 현대 물리학

장세환2025년 12월 4일 오후 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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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딩거와 양자 혁명.jpg출판사 제공

양자역학의 상징으로 불리는 “슈뢰딩거의 고양이” 뒤에는 얼마나 기묘하고 복잡한 한 인간의 생이 숨어 있을까. 세로북스가 출간한 『슈뢰딩거와 양자 혁명』은 오스트리아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의 전기를 통해 양자혁명의 전 과정을 따라가는 책이다. 양자 대중서의 고전으로 손꼽히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찾아서』를 쓴 과학저술가 존 그리빈이 다시 한 번 펜을 잡았다.

책은 19세기 말 빈에서 성장한 소년 슈뢰딩거가 어떻게 하이젠베르크, 디랙, 보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20세기 과학자의 대표 얼굴이 되었는지 생애 전반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전쟁과 제국의 붕괴, 나치의 부상과 망명, 더블린과 빈으로 이어지는 떠돌이 교수의 삶이 정치·사회사와 함께 그려져, “천재의 발견”을 시대의 맥락 속에서 이해하게 한다. 동시에 연극과 철학, 힌두 베단타 사상에 열중하고 수많은 연애 스캔들을 남긴 인간 슈뢰딩거의 모습도 숨기지 않는다.

양자이론의 전개를 따라가는 서술도 이 책의 중심 축이다. 플랑크의 흑체복사, 아인슈타인의 광양자 가설, 보어의 원자 모형을 거쳐 하이젠베르크의 행렬역학, 슈뢰딩거의 파동역학이 어떻게 나란히 태어났는지, 두 이론이 결국 같은 내용을 다른 언어로 표현하고 있음이 어떻게 밝혀졌는지 차근차근 짚어 준다. 독자는 자연스럽게 “입자냐, 파동이냐”라는 고전적인 질문을 넘어, 양자 세계를 기술하는 여러 수학적 표현들이 어떤 관점의 차이를 담고 있는지까지 살펴보게 된다.

저자는 특히 1926년 알프스 산장에 머물며 슈뢰딩거가 파동방정식 논문 여섯 편을 연달아 발표한 이른바 “기적의 해”에 주목한다. 결핵 요양과 휴식, 뜨거운 연애와 집중된 사유가 한데 뒤섞인 이 시기를 아인슈타인의 1905년과 나란히 놓으며, 과학사에서 창의성이 폭발하는 순간이 어떻게 준비되고 터져 나오는지 흥미롭게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양자 얽힘, 상자 속 고양이 사고실험, 생명 연구로 이어진 『생명이란 무엇인가』까지 슈뢰딩거가 남긴 과학적 유산이 현재의 양자 통신, 양자 컴퓨터, 다세계 해석 논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꼼꼼히 설명한다.

후반부에서는 슈뢰딩거 사후에 진행된 벨의 부등식, 아스페 실험, 양자 암호와 복제 불가능성 정리, 양자 순간이동 등 최신 물리학의 흐름까지 짚어 준다. 양자 이론이 더 이상 이론 물리학자의 전유물이 아니라, 정보기술과 산업의 한복판에서 “양자 세대”를 열어 가는 실질적인 기반이 되었음을 보여 주며, 과거의 혁명이 현재의 기술로 이어지는 다리를 놓는다.

총 424쪽 분량의 이 책은 양자역학을 처음 접하는 일반 독자에게는 “사람과 이야기”를 통해 양자를 이해하게 하는 입문서가 되고, 기본 개념을 알고 있는 독자에게는 양자 이론의 역사와 해석 논쟁을 정리해 주는 든든한 길잡이가 된다. 물리학자의 생애와 사상, 과학사의 결정적 순간, 오늘의 양자 기술까지 한 권으로 훑고 싶은 독자에게 적합한 교양 과학서다.

복잡하고 낯선 공식 뒤에 숨은 한 인간의 기쁨과 집착, 시대의 그림자를 함께 따라가다 보면, 양자혁명은 더 이상 추상적인 수학이 아니라 살아 있는 이야기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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