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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테르테 ‘마약과의 전쟁’을 기록하다, 『어떤 사람들은 죽어야 합니다』 출간(파트리시아 에방헬리스타, 바다출판사)

대중이 누군가의 죽음을 원하는 순간을 따라간 국가 폭력 르포

장세환2025년 12월 4일 오후 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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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들은 죽어야 합니다.jpg출판사 제공

필리핀 탐사보도 기자 파트리시아 에방헬리스타의 논픽션 『어떤 사람들은 죽어야 합니다』가 바다출판사에서 번역 출간됐다. 책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정부의 ‘마약과의 전쟁’ 아래 약식 처형과 집단 살해가 어떻게 일상이 되었는지, 현장 취재와 증언으로 집요하게 추적한다. 피해자 가족과 암살단원, 고위 경찰의 목소리를 교차시키며, 국가가 ‘죽어 마땅한 사람들’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로 복원했다.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폭력이 공공선으로 포장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독자에게 정면으로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이 책의 제목은 정부 지원 암살단원이 한 말에서 왔다. “어떤 사람들은 죽어야 합니다”라는 한 문장은, 마약 용의자와 빈민, 부랑아를 향한 사회의 은근한 적개심을 압축한다. 저자는 거리 취재를 통해 사진기자와 구경꾼이 살해 현장을 둘러싸고 “누군가 죽기를 바라는 욕망”에 휘말려 가는 순간을 포착한다. ‘죽어도 싼 놈들’이라는 낙인이 씌워질 때, 시민들은 살해를 범죄가 아니라 정화 작업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두테르테는 취임 전부터 “범죄자와 마약 중독자를 죽여 버리겠다”고 공언했고, 집권 뒤에는 그 약속을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경찰은 마약 용의자가 공권력에 맞서 싸웠다고 보고서를 꾸며 비사법적 살해를 ‘정당 방위’ ‘치사 사건’으로 둔갑시킨다. 시신 옆에는 “우리가 두테르테다” “사회의 쓰레기가 되지 말자” 같은 문구가 적힌 골판지가 놓인다. 언어의 조작과 낙인의 프레임이 겹치며, 약자에 대한 폭력은 점차 사회적 동조 속에서 확대된다.

에방헬리스타는 노벨평화상 수상 언론인 마리아 레사가 이끄는 독립 언론사 ‘래플러’에서 활동해 왔으며, 태풍 피해와 민다나오 분쟁, 국가 범죄 현장을 20여 년간 취재해 온 기자다. 그는 마약 전쟁 기간 동안 살해 현장을 따라다니며 피해자와 유가족, 암살단의 증언을 기록하고, 부검 보고서와 목격자 진술을 대조해 한 사람의 마지막 몇 분을 다시 써 내려간다. “진실은 살해자보다 오래 살아남을 것이다”라는 그의 믿음은, 공포와 압박 속에서도 기록을 멈추지 않게 한 내적 동력이다.

책은 필리핀 내부의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국민보도연맹 사건, ‘마약과의 전쟁’, 브라질 갱단 소탕 작전 같은 사례를 함께 짚으며, ‘사회 정화’와 ‘공익’을 명분 삼은 폭력이 어디에서든 되풀이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온라인 선동과 가짜 뉴스, 냉소에 젖은 유권자들이 어떻게 권위주의와 손을 잡게 되는지, 디지털 시대 민주주의의 취약한 밑바닥도 면밀히 드러낸다.

『어떤 사람들은 죽어야 합니다』는 “누가 죽어야 하는가”가 아니라 “누가 누구를 죽어도 된다고 말하는가”를 묻는, 오늘의 세계를 향한 묵직한 경고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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