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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읽는 세계사의 현장, 『시간을 읽는 그림』 출간(김선지, 블랙피쉬)
기록화로 엮은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세계사
출판사 제공
사진이 없던 시대, 사람들은 역사적 순간을 어떻게 남겼을까. 미술사 연구자 김선지가 신간 『시간을 읽는 그림』에서 그 답을 찾는다. 블랙피쉬가 펴낸 이 책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세계사의 장면을 ‘그림’이라는 기록물로 따라가며 사건과 사람, 시대의 공기를 함께 보여주는 인문 교양서다. 한 점의 그림을 통해 역사와 미술을 동시에 읽는 새로운 세계사 읽기를 제안한다.
저자는 그림을 “시간을 저장하는 장치”로 바라본다. 흑사병이 휩쓴 중세 유럽의 채찍질 고행단, 대항해 시대 엘리자베스 1세가 활용한 ‘바다의 개들’이라 불린 공인 해적, 해부와 수술을 공개 시연하던 17세기 유럽의 해부학 극장처럼, 믿기 어려운 장면들이 기록화로 우리 앞에 되살아난다. 독자는 한 장의 그림이 포착한 순간을 따라가며 당시 사람들의 두려움, 신앙, 욕망이 얽힌 역사적 맥락을 함께 살펴보게 된다.
책이 다루는 그림은 미술관에 걸린 명화에만 머물지 않는다. 신문과 잡지의 삽화, 거리 포스터, 인쇄판화, 풍자만화까지, 일상과 밀착된 이미지들을 통해 교과서에 실리지 않는 생활사와 사회 분위기를 함께 비춘다. 터너와 모네의 작품이 산업혁명과 철도 시대의 도래를 보여주듯, 예술작품을 하나의 ‘시각 자료’로 읽어내는 방식이 미술사와 세계사를 입체적으로 연결한다.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도록 장마다 핵심 사건을 중심으로 그림 한 점, 그 안에 숨어 있는 상징과 시대적 배경, 오늘의 시선에서 되짚어볼 질문을 나란히 배치했다. 미술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에게는 ‘그림으로 읽는 세계사 입문서’가, 역사를 좋아하는 독자에게는 ‘이미지를 곁들인 역사 서재’가 되어 주는 구성이다.
역사와 미술사를 함께 전공하고 『싸우는 여성들의 미술사』, 『사유하는 미술관』 등을 써온 저자는 이번 책에서 “역사를 기록하는 그림을 통해 결국 인간을 이해하고자 한다”는 의도를 드러낸다. 그림에 남은 작은 디테일들을 따라가다 보면, 승자의 기록 뒤에 가려졌던 보통 사람들의 일상과 감정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난다.
한 장의 그림에 켜켜이 쌓인 시간을 읽어 내는 경험은, 교과서 밖에서 살아 움직이는 세계사를 새롭게 마주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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