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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핵은 병이자 구조다”, 『모든 것이 결핵이다』 출간(존 그린, 책과함께)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가 파고든 오래된 감염병의 새로운 얼굴

장세환2025년 12월 3일 오후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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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결핵이다.jpg출판사 제공

1만 년 가까이 인간 곁을 떠나지 않은 병, 결핵. 기원전 이집트 미라에서부터 오늘날의 빈곤 지역까지 이어져 온 이 감염병이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 존 그린의 손에서 새로운 질문이 된다.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로 알려진 그린이 이번에는 소설이 아닌 논픽션 『모든 것이 결핵이다』를 통해 “치료법이 있는데도 왜 수많은 사람이 여전히 죽어 가는가”라는 물음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책은 시에라리온에서 결핵에 걸린 한 소년을 만난 경험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마른 몸으로 숨을 몰아쉬는 그레고리의 삶을 통해 결핵이 단순한 병이 아니라 가난, 전쟁, 낙인, 무너진 보건 체계가 겹쳐진 자리에서 자라나는 “세계 구조의 결과”임을 목격한다. 이 소년과 가족의 이야기는 통계와 그래프가 보여주지 못하는 결핵의 얼굴, 즉 한 사람의 하루를 무너뜨리는 병의 현실을 독자 앞에 생생하게 끌어온다.

그린은 의학·역사·사회학을 넘나들며 결핵의 계보를 되짚는다. 19세기 유럽에서 ‘섬세한 예술가의 병’으로 미화되던 시절부터, 산업화와 식민지 지배 속에서 도시 빈민과 식민지 주민의 몸을 파고든 “가난한 자들의 병”이 되기까지, 결핵을 둘러싼 시선의 변화를 짚는다. 그러면서 결핵이 언제나 같은 균이 일으키는 병이면서도, 어떤 시대·어떤 계급의 몸에 닿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부여받아 온 과정을 드러낸다.

오늘날 결핵은 항결핵제와 백신 덕분에 “완치 가능한 병”으로 분류되지만, 현실은 다르다. 전 세계 인구의 최대 3분의 1이 결핵균에 감염되어 있고, 매년 1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결핵으로 사망한다. 저자는 이 불일치를 좇아 열악한 주거 환경, 영양 부족, 장시간 노동, 붕괴된 보건 체계, 고가 특허 약에 막힌 치료 접근성 등을 하나씩 짚어 나간다. 약이 없는 것이 아니라, 약이 있어도 닿지 않는 세계라는 불편한 진실이 드러난다.

책의 미덕은 방대한 정보를 나열하는 대신, 탁월한 이야기꾼의 문장을 통해 독자를 끌고 간다는 데 있다. 결핵 요양소의 폐쇄적 일상, “병원도 감옥도 아닌 공간”에서 환자가 겪는 상실감, 약값을 마련하기 위해 하루하루를 버티는 가족의 사연이 촘촘하게 이어진다. 동시에 저자는 파트너스 인 헬스 활동, 유엔 회의 발언 등 자신이 참여해 온 글로벌 보건 현장을 소개하며, 결핵을 둘러싼 불의가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 선순환의 가능성도 함께 보여준다.

『모든 것이 결핵이다』는 결핵이라는 한 질병을 통해 우리가 어떤 세계에 살고 있는지, 누구의 생명을 우선순위에 두는 사회인지 묻는 책이다. 병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공동체, 불평등, 연대의 문제에 닿게 된다는 사실을, 존 그린 특유의 따뜻하면서도 명료한 시선으로 설득력 있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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