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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사랑 이후의 삶을 묻는 재즈 시대 이혼 서사, 『엑스와이프』 출간(어설라 패럿, 위즈덤하우스)

전처의 시선으로 다시 읽는 사랑·일·자유의 가격

장세환2025년 12월 3일 오후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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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와이프.jpg출판사 제공

1920년대 재즈가 넘실대던 뉴욕, 직장도 있고 술과 파티도 즐기는 “현대적인 부부” 패트리샤와 피터의 결혼은 한 번의 외도로 균열을 맞는다. 서로의 자유를 인정하기로 했던 약속은 금세 무너지고, 피터가 더 ‘순수한’ 여자를 찾아 떠나면서 패트리샤는 전혀 새로운 이름, ‘엑스와이프(전처)’가 된다. 1929년 출간 당시 『위대한 개츠비』보다 네 배 이상 팔리며 센세이션을 일으킨 이 소설이 국내에 소개되며, 사랑의 끝에서 다시 시작되는 한 여성의 삶을 오늘의 독자 앞에 불러낸다.

『엑스와이프』의 무대는 1차 세계대전 이후 유례없는 경제적 호황을 누리던 재즈 시대다. 낮에는 일터에서 커리어를 쌓고, 밤에는 비밀스러운 바와 파티, 연애와 하룻밤 관계로 이어지는 도시의 밤을 헤매는 패트리샤의 일상은, “우린 ‘영원한 사랑’이라는 낡은 깃발 아래 자랐지만 이제 하룻밤 불장난의 시대에 적응해야 하는” 젊은 세대의 초상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결혼식에서 약속한 영원한 사랑이 몇 년짜리 계약으로 축소되는 현실 속에서, 전처가 된 여성이 어떤 자유를 얻고 어떤 상처를 감당해야 하는지 소설은 집요하게 묻는다.

작품 속 전처는 단순히 “버려진 여자”가 아니라, 집세와 옷값을 스스로 책임지고 직장 상사의 기이한 요구를 견디면서도 도시의 밤거리에서 자신의 욕망과 외로움을 끊임없이 협상하는 인물이다. 패트리샤는 이혼 이후에도 여러 남자를 만나고, 술에 기대어 외로움을 달래면서도, 어느 순간 “결국 자기 인생을 망치는 건 누구나 자신”이라는 냉정한 통찰에 다다른다. 파탄 난 결혼, 실패한 연애, 낙태, 원나잇 스탠드까지, 당시로서는 입 밖에 내기 힘들었던 여성의 경험이 패럿의 날카로운 문장과 유머를 통해 처음부터 끝까지 서사의 중심에 놓인다.

동시에 소설은 자유와 보호 사이에서 흔들리는 여성들의 이중적인 마음도 놓치지 않는다. 패트리샤의 친구 루시아는 “남자들로부터의 자유”를 꿈꾸면서도 한편으로는 옛 시대의 안정과 기사도를 그리워한다. 전처에게 허락된 자유가 곧 “언제든 상처받을 자유”임을 알기에, 그녀들은 다시 한 번 안전한 결혼과 가족의 울타리를 바라본다. 이렇듯 작품은 이혼과 전처를 통해 여성 해방을 선언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사랑과 경제력, 성적 자유와 감정적 안전 사이의 복잡한 줄다리기를 섬세하게 포착한다.

어설라 패럿은 자신의 이혼 경험을 바탕으로 이 작품을 써, 당시 가장 성공한 여성 작가로 떠올랐다. 『엑스와이프』는 곧 영화로도 제작되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연상을 배출했으며, 이후 재즈 시대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의 문제작으로 회자된다. 이번 한국어판에는 정이현 소설가와 조이스 캐럴 오츠, 비비언 고닉 등 여러 작가와 비평가들의 극찬이 함께 실려, “지금 읽혀야 할 진짜 고전”이라는 평가를 더한다.

『엑스와이프』는 400쪽 분량의 장편소설로,결혼과 이혼, 사랑과 일, 자유와 책임을 둘러싼 질문이 여전히 유효한 시대에, 이 작품은 “전처”라는 이름으로 사회 밖으로 밀려난 여성의 목소리를 통해 현대인의 관계와 자립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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