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상세

newbooks

『라스푸틴의 정원』 출간(나카야마 시치리, 블루홀식스)

현대의학과 대체의학의 회색지대를 파헤치는 경찰 의료 미스터리

장세환2025년 12월 3일 오전 11:50
1,173

라스푸틴의 정원.jpg출판사 제공

의료 현장에서 맞부딪치는 현대의학과 대체의학, 병원과 민간요법의 첨예한 갈등을 본격 미스터리로 풀어낸 장편소설 『라스푸틴의 정원』이 출간됐다. 일본 추리소설계에서 ‘반전의 제왕’으로 불리는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으로,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 여섯 번째 이야기다. 이번 작품은 의문의 죽음과 사이비 의료 단체를 둘러싼 수사를 따라가며, 환자와 가족이 선택의 기로에 놓일 때 어떤 유혹과 심리적 함정에 빠지는지를 끝까지 추적한다.

주인공 이누카이 하야토는 경시청 수사1과 형사이자 난치병을 앓는 딸 사야카를 둔 아버지다. 딸과 같은 병동에 입원해 있던 한 소년이 갑자기 퇴원했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얼마 뒤 그 소년의 사망 소식과 마주한다. 사야카의 부탁으로 장례식장을 찾은 이누카이는 고인의 몸에서 의심스러운 멍 자국을 발견하고 단순한 병사가 아니라는 직감을 얻는다. 공식 수사도 아닌데 왜 나서느냐는 시선에도 불구하고, 한 아버지이자 형사로서 그는 조용히 진실을 쫓기 시작한다.

사건은 곧 또 다른 죽음과 연결된다. 한 달 뒤 공원에서 발견된 자살 여성의 시신에도 같은 형태의 멍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두 사건의 공통점을 좇던 이누카이는 난치병 환자와 가족을 상대로 대체의학을 내세우는 민간 의료 단체와 마주하게 된다. 이 단체를 이끄는 인물은 각종 감언이설로 희망을 약속하며 환자들을 끌어들이는 존재로, 제정 러시아의 괴승 라스푸틴을 떠올리게 하는 카리스마와 위험성을 동시에 지닌다. 표준 의료가 해내지 못한 치료를 내세우는 그의 말은 절박한 이들에게 더없이 달콤하게 들린다.

작품은 정교한 플롯을 따라가면서도 의료 현장의 그늘을 집요하게 비춘다. 고액의 신약과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치료, 병을 고치지 못한 채 환자의 삶과 재산을 앗아가는 구조에 대한 분노는 환자와 가족을 병원 밖으로 내몬다. 나카야마 시치리는 이 틈을 파고드는 사이비 의료의 실체를 드러내면서도, 피해자들이 왜 끝까지 민간요법가에게 감사와 충성을 보냈는지 그 심리적 배경을 섣불리 단죄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가족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붙잡고 싶은 마음, 그 감정을 발판 삼아 성장하는 거짓 희망의 얼굴을 차분히 보여준다.

이누카이의 시선은 형사로서의 윤리와 아버지로서의 절망 사이를 오간다. 딸 역시 오랫동안 병원에 누워 있는 환자이기에, 그는 누구보다 현대의학의 한계를 체감하는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누카이는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이 환자의 몸과 삶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목격하면서 공권력의 역할을 묻는다. 민간요법을 단호히 거부하는 사야카의 한 마디, “사이비 치료와 싸운 형사님이 그런 말 하지 마”라는 대사는, 희망을 팔고 생명을 소비하는 행위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작품의 뚜렷한 기준을 상징한다.

『라스푸틴의 정원』은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수사극의 긴장감 위에, 의료 시스템과 과학, 신앙과 사기, 희망과 착취가 뒤섞이는 회색지대를 올려놓는다. 선과 악이 명확히 갈리지 않는 현실에서 독자는 누구를 믿고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된다. 시리즈 팬들에게는 이누카이 하야토와 다카치호 아스카, 그리고 사야카가 한층 입체적으로 성장한 모습을 확인하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현대의학이 전능하지 않고, 대체의학이 모두 거짓은 아니며, 그 사이를 오가는 수많은 인간의 욕망과 절망이 뒤엉킨 자리에서 이 소설은 집요하게 묻는다. “사랑하는 이를 살리기 위한 선택은 어디까지가 책임이고 어디부터가 폭력인가.” 미스터리의 외피를 두른 채 의료와 윤리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이 작품은, 쉽게 잊히지 않는 불편한 질문을 독자의 마음에 오래 남긴다.

관련 기사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 『인도에서 기회를 만나다』 출간 (신시열, 이콘)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 『인도에서 기회를 만나다』 출간 (신시열, 이콘)

6월 10일 오후 3:56
8
몸은 스스로 치유한다, 『자가 수리점』 출간 (헨리 비일러, 사이몬북스)

몸은 스스로 치유한다, 『자가 수리점』 출간 (헨리 비일러, 사이몬북스)

6월 10일 오후 3:52
11
사라지는 손목, 남는 체온 ― 『솜사탕 증후군』 (박윤일, 파란)

사라지는 손목, 남는 체온 ― 『솜사탕 증후군』 (박윤일, 파란)

6월 10일 오후 3:45
8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