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상세

newbooks

관찰이 만든 세계, 죽음 너머 의식을 묻다 『옵서버』 출간(로버트 란자·낸시 크레스, 리프)

양자 역학 100주년에 던지는 의식과 다중 우주의 질문

장세환2025년 12월 2일 오후 2:11
1,171

옵서버.jpg출판사 제공

죽음 이후에도 의식은 계속될 수 있을까. 우리가 현실이라 부르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과학과 철학, SF를 가로지르는 장편 소설 『옵서버』가 로버트 란자, 낸시 크레스 공저, 배효진 옮김으로 리프에서 출간됐다. 양자 역학의 관찰자 효과와 생명 중심 우주론인 ‘바이오센트리즘’을 소설로 풀어낸 작품으로, 한 인간의 상실과 선택을 통해 다중 우주의 가능성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주인공 캐로는 오빠의 죽음 이후 가족과 절연하고, 동생과 조카를 책임지며 살아가는 신경외과 의사다. 병원 내 성추행 사건을 신고했다가 오히려 직업을 잃을 위기에 몰린 그는 모든 것을 잃을 듯한 절망의 한가운데에서 실험 참여 제안을 받는다. 발신인은 노벨상 수상자이자 행방이 묘연했던 큰할아버지 새뮤얼 왓킨스로, 뇌에 칩을 이식해 ‘죽음을 넘어선 세계’를 시험하는 비밀 프로젝트에 캐로를 초대한다.

실험은 카리브해의 고립된 섬 연구소에서 시작된다. 연구팀은 뇌 속 깊이 각인된 알고리즘을 바꾸면 인간 의식이 다중 우주의 다른 ‘분기’로 이동하거나 새로운 우주를 창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육체는 이곳에 남지만 의식은 다른 현실로 이어진다는 설정 아래, 캐로는 생과 사, 현실과 환상이 겹쳐지는 불안정한 파동 속으로 들어간다. 그 과정에서 그녀가 믿어 왔던 시간과 공간, 자아의 경계는 차례로 흔들린다.

소설의 과학적 배경에는 란자가 제시한 바이오센트리즘이 놓여 있다. 양자 역학의 핵심 개념인 관찰자 효과를 인간 의식에 적용해 “모든 것은 관찰의 결과”이며, 관찰하는 순간 수많은 가능성 가운데 하나가 현실로 붕괴된다는 관점을 서사로 확장한다. 과거와 미래, 여러 갈래의 선택이 공존하는 다중 우주 위에서, 죽음은 끝이 아니라 다른 세계로 이어지는 문일 수 있다는 발상이 이야기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한다.

동시에 『옵서버』는 거대한 이론보다 상실과 애도, 죄책감과 희망을 섬세하게 다루는 인간 서사에 방점을 찍는다. 아내의 죽음 이후 자신의 이론에 매달리는 와이거트 박사, 캐로를 실험으로 이끄는 동료들의 모순된 진심과 계산, 사랑했던 사람을 다시 만나고 싶다는 갈망은 과학적 실험의 윤리와 감정의 충돌을 드러낸다. 독자는 인물들의 선택을 따라가며, “이 우주에서의 삶이 끝난 뒤 우리는 어디에서 다시 만날 것인가”라는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양자 역학 100주년이라는 상징적 시점에 국내 소개된 이 작품은, 과학 지식이 없더라도 인간의 삶과 죽음, 존재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SF 소설로 읽힌다. 실제 과학자가 참여한 설정의 설득력과 네뷸러상·휴고상을 수차례 수상한 작가의 서사력이 결합되며,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한층 유연하게 확장시킨다.

『옵서버』는 시간을 되돌리는 대신 새로운 세계를 선택한다는 발상으로, 독자 각자가 어떤 우주를 관찰하고 어떤 삶을 선택할지 조용하지만 강하게 묻는 작품이다.

관련 기사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 『인도에서 기회를 만나다』 출간 (신시열, 이콘)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 『인도에서 기회를 만나다』 출간 (신시열, 이콘)

6월 10일 오후 3:56
9
몸은 스스로 치유한다, 『자가 수리점』 출간 (헨리 비일러, 사이몬북스)

몸은 스스로 치유한다, 『자가 수리점』 출간 (헨리 비일러, 사이몬북스)

6월 10일 오후 3:52
12
사라지는 손목, 남는 체온 ― 『솜사탕 증후군』 (박윤일, 파란)

사라지는 손목, 남는 체온 ― 『솜사탕 증후군』 (박윤일, 파란)

6월 10일 오후 3:45
8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