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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동물 4만 년의 관계사를 다시 읽다, 『야생의 존재』 출간(케기 커루, 가지출판사)
야생으로부터 멀어진 인간에게 건네는 동물 연대의 기록
출판사 제공
사람과 동물이 맺어온 4만 년의 관계를 한 권에 담아낸 인문·생태 논픽션 『야생의 존재』가 케기 커루의 글, 정세민의 번역으로 가지출판사에서 출간됐다. 영국 코스타상 수상 작가인 케기 커루는 이 책에서 선사시대 동굴 벽화부터 현대의 기후위기까지, 인간과 동물이 서로를 필요로 하면서도 파괴해 온 모순된 역사를 촘촘히 짚어 나간다. 가장 작은 미생물부터 고래와 코끼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명 이야기를 엮어, 왜 지금 동물을 다시 생각해야 하는지 묻는 책이다.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붕괴가 일상적 위협이 된 오늘, 야생과의 끊어진 연결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에 대한 통찰을 제시한다.
『야생의 존재』는 사람과 동물의 관계가 결코 주변부 이야기가 아니라, 인류 문명 전체의 밑그림이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저자는 인류가 동물을 숭배하며 동굴 벽에 새기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 불의 사용과 정착 생활, 가축화와 전쟁, 제국의 확장 과정에서 동물이 어떤 방식으로 이용되고 희생됐는지 추적한다. 인간이 자연의 정점에 있다는 오만한 사고가 어떻게 굳어졌는지, 종교와 철학, 과학이 동물을 바라보는 시선을 어떻게 형성해 왔는지도 함께 탐색한다.
이 책은 특히 최근 200년, 기술과 산업이 폭발적으로 발전한 시기를 기점으로 동물과 인간의 관계가 급격히 기울어졌다고 진단한다. 공장식 축산, 대규모 남획과 밀렵, 전 지구적인 환경오염 속에서 동물은 더 이상 이웃이 아니라 자원과 상품으로 취급된다. 저자는 “동물이야말로 망해가는 행성을 복원할 열쇠”라는 메시지를 중심에 두고, 동물이 수행해 온 수분, 토양 유지, 탄소 흡수 같은 ‘보이지 않는 노동’을 구체적인 사례와 연구 결과를 통해 설명한다. 나비, 벌, 상어, 늑대, 고래 같은 종 하나하나가 사라질 때 어떤 연쇄적 붕괴가 일어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며, 생물다양성의 가치를 새로운 눈으로 보게 한다.
『야생의 존재』의 또 다른 축은 동물과 깊이 관계 맺었던 사람들의 삶이다. 야생 숲에서 동물과 함께 지낸 연구자와 활동가, 동물원과 수족관, 사냥터와 도축장, 농장과 실험실을 오가며 동물의 삶을 기록한 이들의 이야기가 여러 학문 분야의 자료와 어우러진다. 선사학, 인류학, 역사학, 동물행동학, 환경과학이 한데 만나는 입체적인 서술은 단순한 동물 이야기나 환경 고발을 넘어, 인간이 어떤 존재로 살아야 하는지 되묻는 인문학적 질문으로 확장된다.
책의 말미에서 저자는 이미 많은 것을 잃어버렸지만, 아직 되돌릴 수 있는 가능성 역시 남아 있다고 강조한다. 각지에서 진행 중인 재야생화와 생태 복원 프로젝트, 토종 동물을 되살리려는 시민들의 작은 실천, 농업과 축산 방식을 바꾸려는 움직임을 소개하며, 인간 사회의 상상력과 선택이 여전히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가 남편과 함께 작은 자연보호구역을 가꾸며 경험한 변화는, 한 사람이 야생과 다시 연결될 때 주변 세계까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곁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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