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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가 아파서 오셨나요』 출간(니네트 자르네스 글·그림, 고영이 옮김, 사파리)
몸과 마음을 다독여 주는 꼬꼬 병원 이야기
출판사 제공
아픈 동물 친구들이 차례로 찾아오는 작은 병원이 있다. 꼬리를 다친 여우, 배탈이 난 곰, 목이 아픈 기린, 가슴도 아프고 눈도 흐릿한 고슴도치까지. 그림책 『어디가 아파서 오셨나요?』는 “어디가 아파서 오셨나요?”라고 다정하게 묻는 꼬꼬 의사 선생님의 하루를 따라가며, 병원이 주사를 맞는 무서운 곳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함께 위로받는 공간임을 보여주는 유아 그림책이다.
이 책은 독일 디자이너 출신 작가 니네트 자르네스의 첫 그림책으로, 동물 환자 네 명이 각자 어떻게 다치고 아프게 되었는지를 네 컷의 그림으로 설명하는 구성이 특징이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아이들도 그림을 따라가며 상황을 이해할 수 있어, 병원 경험이 없는 유아에게도 자연스럽게 진료 과정을 익히게 한다. 꼬꼬 선생님은 서두르지 않고 환자의 말을 끝까지 들어 준 뒤, 다친 곳을 살펴보고 엑스레이를 찍거나 청진을 하는 등 필요한 검사를 차분히 진행한다. 그리고 맞춤형 처방과 함께 “이제 괜찮을 거예요.”라는 안도감을 건네며, 아이 독자에게도 ‘내 아픔을 그대로 들어주는 어른’이 있다는 안정감을 전한다.
『어디가 아파서 오셨나요?』가 특별한 점은, 병원을 둘러싼 정서를 “두려움”이 아니라 “회복과 돌봄”으로 재구성한다는 데 있다. 여우는 넘어져 꼬리뼈를 다쳤지만, 꼬꼬 병원에서 충분히 쉬고 치료받으면 다시 뛰어놀 수 있다고 믿게 된다. 배탈이 난 곰은 잘못 먹은 음식과 생활 습관을 돌아보며, 기린은 너무 길어서 스스로도 살펴보기 어려운 목을 꼬꼬 선생님과 생쥐 간호사가 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살펴본다. 고슴도치는 가시로 가득한 몸 때문에 스스로도 누군가에게 다가가기 어렵지만, 흐릿한 시야와 함께 마음까지 알아주는 진료를 통해 조금씩 표정을 누그러뜨린다. 이렇게 네 마리 동물의 사연은 “아플 수 있고, 무서울 수 있지만, 혼자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로 모인다.
그림의 구성과 시점 역시 유아 독자의 눈높이에 맞게 섬세하게 설계되어 있다. 기린의 목 속을 들여다볼 때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상상 속 시점이 등장하고, 고슴도치 장면에서는 흐릿한 안경 너머로 보이는 뿌연 세상이 펼쳐진다. 병원 침대 위에 누운 여우를 비추는 앵글, 청진기를 대는 손의 클로즈업 등은 실제 진료실의 긴장감을 완화시키면서도 “검사”가 낯선 절차가 아니라 몸을 이해하는 과정임을 보여 준다. 텍스트는 짧고 리듬감 있게 구성되어, 어른이 읽어 주기에도, 그림을 보며 아이가 자신의 말로 이야기를 덧붙이기에도 자연스럽다.
이 책은 성 역할 고정관념을 조용히 흔드는 설정도 담고 있다. 꼬꼬 병원의 주인공은 전문직 여성 의사인 ‘엄마 꼬꼬’이며, 병아리들을 돌보는 것은 앞치마를 두른 ‘아빠 닭’이다. 별도의 설명 없이 스쳐 지나가는 장면이지만, 아이들은 “일하는 엄마, 돌보는 아빠”라는 자연스러운 이미지를 통해 직업과 돌봄이 성별에 따라 나뉘지 않는다는 감각을 익히게 된다. 병원이라는 공간이 단지 치료만이 아니라 가족과 사회의 다양한 모습이 드러나는 생활의 무대임을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어디가 아파서 오셨나요?』는 병원에 가기 전 아이와 읽으며 “어디가 불편한지 말해 보기”, “의사 선생님께 이렇게 말해 볼까?” 하고 연습하기 좋은 그림책이다. 진료실에서 겪게 될 상황을 미리 상상해 보고, 동물 친구들이 치료를 마친 뒤 웃는 얼굴로 병원을 나서는 장면을 보며 “나도 잘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을 수 있다. 읽고 난 뒤에는 아이와 함께 청진기, 붕대, 주사 장난감을 활용해 병원 놀이를 해 보는 것도 좋다. 환자와 의사 역할을 번갈아 가며 놀이를 이어 가다 보면, 아이의 불안이 조금씩 풀어지고, 아픈 이를 돌보는 공감 능력과 배려심이 자연스럽게 자라난다.
몸이 아픈 날뿐 아니라, 마음이 축 처지는 날에도 다시 펼치기 좋은 그림책 『어디가 아파서 오셨나요?』는 병원을 둘러싼 두려움을 덜어 주고, 돌봄과 회복의 기억을 새겨 주는 따뜻한 동화이다. 병원 진료를 앞둔 아이에게는 용기를, 이미 여러 번 병원에 다녀온 아이에게는 “너 잘해냈어.”라는 공감을 건네는 선물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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