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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음악으로 세계를 다시 듣다, 『카라얀과 코카콜라』 출간(임진형, 에듀컨텐츠휴피아)
이방인이 된 피아니스트의 음악인문학 에세이
출판사 제공
새로운 밀레니엄이 열리던 해 한국을 떠나 북미와 유럽에서 공부하고 연주하며 세계를 배워 온 피아니스트 임진형이 귀국 이후의 시간을 담은 에세이 『카라얀과 코카콜라』를 펴냈다. 20여 년간 외국에서 살아온 뒤 고국으로 돌아와 느낀 낯섦과 이방인의 감각, 그리고 그 사이를 이어 준 것은 결국 음악이었다. 저자는 “무대 위가 아니라 생활 속에서 마주치는 음악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고백을 바탕으로, 일상의 장면과 사유를 엮어 하나의 음악인문학적 풍경을 펼쳐 보인다.
책은 모두 5부로 구성된다. 1부에서는 제목이기도 한 「카라얀과 코카콜라」를 비롯해 “그래서, 음악이 뭔데요?”라는 물음으로 시작해 음악의 본질과 운, 단순함과 여백 같은 키워드를 따라가며 음악을 둘러싼 생각의 지형을 정리한다. 세계적인 지휘자와 세계적인 탄산음료를 함께 떠올리게 하는 제목은 고급 예술과 대중 자본의 경계, 브랜드화된 클래식 음악의 현실을 은근히 비틀며, 우리가 당연히 여겨 온 음악의 위상과 소비 방식을 다시 묻는다.
2부와 3부에서는 귀국 후 저자가 마주한 도시와 사람, 그리고 자신을 향한 질문이 이어진다. “외롭고 쓸쓸한, 그리고 별처럼”이라는 문장에서 드러나듯, 그는 고독과 정체성, 의사와 환자에 비유한 내면의 갈등을 섬세하게 풀어낸다. 도동서원 은행나무 아래에서 느낀 시간의 무게, 도서관과 강을 따라 이어지는 대구의 풍경, 아버지의 누런 수건에 얽힌 기억 등 구체적 장면들은 음악을 매개로 한 도시의 얼굴을 드러내며,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일상 속 소리와 공간을 다시 듣게 만든다.
4부와 5부에서는 길과 공동체, 그리고 ‘우리’라는 가능성이 중심에 선다. 산티아고 순례길, 대구 실내악 페스티벌과 대구국제오페라축제, 그린보트 항해 등 실제 여행과 공연 경험들은 물리적인 이동을 넘어, 예술이 어떻게 타인과 세계를 잇는 언어가 되는지 보여 준다. “우리와 그들”이라는 말, 전쟁과 음악, 언어에 갇힌 마음을 성찰하는 글들은 음악이 단지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와 역사, 윤리의 질문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음악인문학적 시도다.
캐나다와 영국에서 연주와 연구를 병행해 온 저자는 자신을 “음악인문학자”로 규정하며, 문학과 철학, 역사와 사회학의 질문을 음악 현상과 연결 짓는 작업에 나선다. 어려운 이론 대신 감응이 먼저 오는 문장을 선택해, 클래식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풀어낸 것이 특징이다. 삶의 틈새를 꿰매듯 이어지는 짧은 글들은 독자에게도 “말이 되지 않는 것들”을 조용히 적어 보고, 소리 없는 마음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라고 권하는 초대장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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