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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외면한 삶을 비춘 20년 현장 기록, 『국가가 보지 못한 국민들』 출간(함윤호, 인물과사상사)
전북 현장에서 본 한국 사회의 사각지대
출판사 제공
전북을 무대로 20여 년 동안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고 뛰어다닌 언론인이 지역의 골목과 공장, 병원과 마을을 기록한 책 『국가가 보지 못한 국민들』이 인물과사상사에서 나왔다. 저자 함윤호는 KBS전주에서 오랫동안 지역 프로그램을 진행해 온 아나운서이자 기자로, 방송에서 스쳐 지나간 사건 뒤편에 남은 사람들의 얼굴을 집요하게 따라간다. 국가의 시선이 비껴간 자리에 어떤 삶이 놓여 있는지, 지방이라는 무대를 통해 한국 사회 전체의 구조를 거꾸로 비춰보는 작업이다. 책은 “전북은 17분의 1 작은 대한민국”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지역을 통해 대한민국을 다시 묻는다.
이 책은 크게 소수자의 목소리, 삶의 현장, 지역의 위기와 현실이라는 세 갈래로 80여 개 사례를 담았다. 남원 부자 자살 사건, 장애인 이동권 투쟁,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와 돌봄전담사, 경비원과 휴게소 노동자, 발달장애인과 간병인,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보훈 대상자와 그 가족까지, 뉴스 한 꼭지로 등장했다가 잊힌 이름들이 다시 등장한다. 저자는 스튜디오가 아니라 비가 새는 시설, 냄새가 가시지 않는 공장, 논밭과 공사 현장으로 찾아가 “국가가 국민을 어떻게 분류하고 누구를 보지 않는지”를 묻는다.
현장은 노동과 복지의 사각지대만이 아니다. 원전 사고 이후 불안을 감추지 못하는 주민들, 군산 공장 철수 이후 도시 전체가 흔들리는 노동자와 상인들, 폐기물 유출과 악취에 시달리는 마을, 태양광 개발로 산과 들이 잘려 나간 농촌, 집단 암이 발생한 장점마을, 신탁 전세 사기와 수해 현장을 전전하는 시민들까지, 환경과 개발, 재난과 정책 실패가 뒤엉킨 한국 사회의 민낯이 드러난다. 저자는 “지역은 언제나 위기의 최전선이자, 전국으로 번질 문제의 예고편”이라고 말하며, 한 지역의 고통을 개별 사건이 아닌 구조적 징후로 읽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역 방송과 공영방송의 역할에 대한 질문도 책 전반을 관통한다. 수신료 논란, 지역 뉴스의 축소, 인력과 예산이 빠져나가는 현실 속에서 저자는 “카메라가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어야 할 곳은 화려한 행사장이 아니라 사람들이 버려졌다고 느끼는 자리”라고 적는다. 언론이 권력자들의 말만 받아 적는 대신, 보이지 않는 국민에게 마이크를 건넬 때 비로소 공공성과 민주주의가 유지된다는 믿음이 담겨 있다.
『국가가 보지 못한 국민들』은 거창한 해법을 내놓기보다, 한 사람의 삶을 끝까지 따라가는 기록을 통해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까지 왔는지”를 되묻는 책이다. 가장 약한 고리를 통해 국가의 얼굴을 확인하고 싶은 독자에게, 이 현장 르포는 묵직한 질문과 함께 작은 실천의 방향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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