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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아래, 칼끝 위에서 자라는 재능”, 『국보: 상 청춘편』 출간(요시다 슈이치, 하빌리스)

가부키라는 ‘낡은 무대’에 청춘의 속도를 이식한 성장 서사

장세환2025년 10월 22일 오후 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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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jpg출판사 제공

천만 관객 돌파 영화 <국보>의 원작 소설이 한국어로 상륙했다. 일본 문단의 거장 요시다 슈이치가 전통 예능의 심장부를 뜨겁게 파고든 장편 『국보: 상 청춘편』(하빌리스)은 잊혀가는 가부키를 배경으로, 무대에 자신의 전부를 던지는 청춘들의 육성과 투쟁을 그린다. 2019년 ‘예술선장문부과학대신상’과 ‘중앙공론문예상’ 동시 수상작인 원전의 기세는 이번 번역에서도 그대로 감지된다.

소설은 야쿠자 가문에서 나고 자란 타치바나 키쿠오가 간사이 명문 당주 하나이 한지로에게 입문해 가부키에 몸을 얹는 순간부터 속도를 올린다. 출세와 낙오의 경계에서 도취와 추락을 왕복하는 키쿠오, 혈통과 전통의 무게를 정면으로 받쳐드는 적통 라이벌 슌스케—두 사람이 서로를 거울로 삼아 호흡·발성·몸짓을 갈아 넣는 훈련 장면은 ‘예도(藝道)’의 윤리를 흡인력 있게 보여준다. “배로 소리 내라”, “박자를 당기지 마라”—선대의 호통은 기술을 넘어 태도의 문제다. 요시다는 이 간극을 절묘한 리듬과 호흡으로 조인다.

벚꽃이 눈처럼 쏟아지는 ‘세키노토’의 장면, 유녀 스미조메가 어둠을 찢고 등장하는 순간 같은 명장면은 무대 미학의 물성과 소설적 상상력이 맞물릴 때 어떤 진동이 발생하는지 증명한다. 동시에 그는 무대 밖 현실을 결코 미화하지 않는다. 텔레비전과 영화가 대중의 시선을 빼앗아간 뒤, 지방 호텔의 빛바랜 셀로판 조명 아래서라도 춤을 추는 배우들, 병상과 빚, 대역 공백으로 흔들리는 극단의 운영—“예술은 삶의 사치”라는 말의 잔혹한 이면이 낱낱이 드러난다.

그럼에도 이 책은 패배의 연대기가 아니다. 요시다는 전통을 과거의 진열장에 가두지 않는다. 혈통과 규범, 시장과 흥행의 압력 속에서도 ‘무대는 오늘, 지금 이 순간’이라는 신앙을 붙든 젊은 배우들의 결기를 통해, 예술이 생존을 넘어 왜 생(生)의 형식이어야 하는지 설득한다. ‘청춘편’이라는 표제처럼, 이 상권은 빛나는 시작의 문턱까지 독자를 몰고 간다. 이어질 하권이 어디로 데려갈지, 이미 심장이 먼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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