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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책방 책방할머니는 오늘도 행복합니다』출간(남미숙, 공명)

정년 다음 날 문을 연 ‘여성 1인 예약제’ 그림책방 100일의 준비와 3년의 지속에서 찾은 쉼의 기술

최준혁2025년 10월 20일 오후 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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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책방 할머니는 오늘도 행복합니다..jpg출판사 제공

퇴임식 박수 소리가 가시기도 전인 2022-09-01, 42년 교직을 마친 남미숙은 양평 전원주택 거실을 책 향기로 바꿨다. 간판은 ‘양평책방 책방할머니’. 규칙은 단출하다. “여성 1인, 예약제.” 누군가의 엄마이자 딸이 잠시 모든 역할을 내려놓고 혼자 머무는 시간—이 책은 그 공간이 태어나는 D-100부터 첫 시즌을 통과하기까지의 기록, 그리고 운영 3년을 지나며 덧붙인 내밀한 주석이다.

남미숙의 설계도는 생활의 감각에서 출발한다. 새벽 5시에 깨어 물 주고, 첫 손님을 8시대 기차에 맞춰 픽업하고, “오늘은 책보다 햇빛이 먼저”인 이에겐 데크 의자를, 말수가 적은 이에겐 조용한 소파와 글 없는 그림책 한 권을 내어준다. 점심이 필요한 날엔 멸치국수 한 그릇이 ‘괜찮아요’라는 문장 대신 놓인다. 그는 그것을 ‘하루 이모’라고 부른다. 돌봄이 아닌 ‘뒷걸음질할 틈’을 지켜주는 어른.

콘셉트는 선명하다. 북카페가 아닌 책방, 군중이 아닌 1인, 장식용이 아닌 그림책. 손님은 3시간 내내 잠만 자거나, 잡초만 뽑다 가거나, 멀리 기차 소리만 듣고 간다. 그 무용(無用)의 시간에서 회복이 자란다는 믿음. 책은 그 믿음을 언어로 묶는다. ‘여성 한 명만?’이라는 우려엔 “드물기 때문에 필요하다”로 답한다. 외향형이 만남에서 힘을 얻듯, 내향형은 ‘혼자의 퀘렌시아’에서 숨을 돌린다.

교장·장학관·교사가 차곡히 쌓은 경력 위에 그는 목수 일을 배우고, 로고를 만들고, 큐레이션을 연습한다. ‘소설 같은 책방지기의 하루’는 그렇게 완성된다. 책방은 누구의 고백에도 판단을 붙이지 않고, 분노 대신 다른 감정이 들어설 자리를 마련한다. 출판사 공명에서 펴낸 이 책은 퇴직·전원주택·작은책방이라는 다층의 로망을 한 장소로 접속시키며,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책방”이 지역 돌봄의 가장 작은 단위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여기엔 거창한 성공담이 없다. 다만, 세상에서 조금 물러서야 다시 걸을 수 있는 사람들이 오고, 잠시 쉬고, 돌아간다는 사실. 그들이 남긴 조용한 발자국이 이 공간의 연료다. 정년 다음 날 시작한 실험은 묻는다. “당신에게도 하루쯤, 혼자서 충전할 방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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