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2024년 제44회 요코미조 세이시 미스터리&호러 대상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아사노 고세이의 데뷔작 『누구의 책임도 아닌』이 출간됐다. 도쿄대 법학부 재학 중 집필한 이 작품은 요네자와 호노부, 아리스가와 아리스, 아야쓰지 유키토 등 일본 미스터리 거장들이 심사 끝에 최고의 작품으로 선택한 수작이다.
소설은 눈 내리는 밤, 당직 근무 중이던 형사 마쓰노 도루가 수상한 차량을 검문하다 운전자가 도주하면서 시작된다. 추격 끝에 무고한 차량과 충돌해 전원이 사망하는 대참사로 이어지고, 경찰의 과잉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그러나 뒤늦게 밝혀진 사실은 달아난 운전자가 강도상해를 저지른 뒤 도주 중이었다는 것. 사건은 ‘헤이세이 최악의 교통사고’로 기록된다.
참사 후 12년, 죄책감에 시달리던 마쓰노는 가해자 유족의 요청으로 재수사를 결심한다. “마쓰노 씨 말고는 없으니까요”(본문 22~23쪽)라는 유족의 부탁은 그를 다시 사건 속으로 끌어들인다. 그러나 진상을 파헤치던 도루의 신변에 위기가 닥치고, 결국 사건의 진실을 밝혀낼 책임은 그의 딸 리호에게 이어진다.
작품은 법이 명명백백히 밝힌 ‘진상’과 그 바깥에 남겨진 인간들의 ‘진실’ 사이의 간극을 정면으로 다룬다. “아버지는 진상을 들추어냈다. 하지만 진실에는 다다르지 못한 게 아니었을까”(본문 262~263쪽)라는 문장은 작품의 핵심을 드러낸다. 과잉 수사 끝에 발생한 사고, 수면 아래 묻힌 또 하나의 범죄, 사적 보복에서 비롯된 비극이 꼬리를 물며 드러나는 과정은 사회파 미스터리의 진수를 보여준다.
아사노 고세이는 법학도로서의 문제의식을 작품에 녹여냈다. 그는 “정말 쓰고 싶은 것은 인간의 감정”이라고 밝히며, 사건 속 인간성을 정밀하게 포착한다. 경찰 조직의 책임 회피, 유족의 죄책감, 피해자의 고통, 형사의 속죄와 딸의 선택까지, 복잡하게 얽힌 인과 속에서 소설은 “과연 누구 하나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누구의 책임도 아닌』은 정교한 트릭과 속도감 있는 전개, 높은 가독성을 겸비한 페이지터너이자, 법과 윤리의 간극을 탐구하는 사회파 미스터리다. 일본에서 “꼼꼼하게 완성된 두 시간짜리 미스터리 드라마”(미야베 미유키)라는 평가를 받은 이 작품은 국내 독자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남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