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2026년은 한글날 제정 100주년이 되는 해다. 이를 기념해 서울대 교수 나민애가 지난 100년간 한국 문학 작품 속 단어들을 톺아보며 142명 작가의 142개 단어를 모아 『오래 곁에 두어 좋은 말』을 펴냈다. 단어는 시대에 따라 사라지거나 새로 생기고, 의미가 바뀌거나 되살아나기도 한다. 문학은 이러한 변화를 가장 내밀하게 포착하는 언어의 보고다.
저자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걸으며 단어를 모았다. ‘홍안’, ‘여리다’, ‘사랑’, ‘연정’, ‘잠포록이’, ‘시나브로’, ‘찬연하다’ 같은 단어들은 단순한 사전적 정의를 넘어 삶과 감정의 풍경을 담아낸다. 예컨대 “웃는 낯과 희색은 다르다. 웃을 때는 눈이 작아지지만 희색일 때는 눈이 커진다”(p.25)라는 구절은 단어가 품은 미묘한 차이를 생생히 보여준다.
책은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넘어 개인적 기억과 사회적 맥락을 함께 담는다. ‘사금파리’는 사전적으로는 ‘사기그릇의 깨어진 작은 조각’이지만, 저자는 이를 “우리가 몹시 아끼고 귀하게 모시다 함부로 놓고 온 그때 그 첫사랑”(p.131)이라 새롭게 정의한다. 단어는 곧 삶의 조각이며, 독자는 그 속에서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발견하게 된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추천사에서 “저자가 고른 어휘도 신중하지만 거기 붙여둔 단상들이 읽기 아까울 정도로 어여뻐서 나는 이 책을 편든다”고 말했다. 이는 단어와 단상, 언어와 삶이 맞닿아 있는 이 책의 매력을 잘 보여준다.
『오래 곁에 두어 좋은 말』은 단어를 모으는 행위가 곧 마음을 모으는 일임을 일깨운다. 독자는 익숙한 단어에서 새로운 정의를 발견하고, 낯선 단어 앞에서는 잠시 멈춰 생각에 잠길 수 있다. 저자가 말하듯 “하루에 하나의 단어를 쥐고서 길을 걸었습니다. 매일이 마치 한 단어의 인생 같았습니다”(프롤로그)는 고백은, 단어와 함께 걷는 삶의 의미를 전한다.
한글날 100주년을 맞아 출간된 이 책은 한국어의 아름다움과 문학의 힘을 다시금 확인하게 한다. 오래 곁에 두어도 좋은 말, 그 단어들이 우리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