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구약학의 거장 월터 브루그만의 유고작 『성서와 권력』이 출간됐다. 『성서와 가난』에서 만들어진 가난을 고발했던 그는, 이번 책에서 가난을 양산하는 권력을 겨눈다. 평생 성서 본문을 렌즈 삼아 세상을 읽어온 브루그만이 마지막까지 붙든 주제는 바로 ‘권력’이었다.
책은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먼저 억압하는 권력자들을 드러내며, 가난한 이들을 조롱하는 권력은 곧 하나님을 조롱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양식이 없을 때마다 하나님이 조롱받으신다”는 구절은 그의 메시지를 집약한다. 이어 권력자들에게 저항하여 서는 공동체의 권능을 다루며, 마지막으로 모든 권력을 압도하는 단 하나의 권세, 곧 하나님의 주권에 도달한다.
브루그만은 총기 난사, 이민자 혐오, 사법 불의, 기후 위기 등 동시대 사건들을 성서 본문 곁에 세워 읽는다. 그는 권력에 대한 불안이 패배의 두려움이 아니라, 권력이 무력한 이들을 해치고 하나님이 지으신 세계를 파괴할 것이라는 염려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그의 글은 언제나 가난하고 짓밟힌 이들의 편에 서 있다.
책속에서 그는 교회가 신실함을 지키려면 글로벌리즘의 폭력적 시스템과 결별하고, 밑바닥부터 다른 대안을 강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약하고 가난한 이들을 조롱하는 권력은 하나님을 조롱하는 것이며, 그분은 결코 조롱받지 않으신다”는 선언으로 메시지를 매듭짓는다.
브루그만은 92세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정의와 구원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다. 『예언자적 상상력』으로 교회를 흔들어 깨웠던 그는, 『성서와 권력』에서 평생의 주제를 마무리한다. 권력이 전부라고 말하는 세상에서 다른 세계를 상상하기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 짓밟힌 이들 곁에 서기를 택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예언자의 마지막 선물이자 담대한 증언이다.
『성서와 권력』은 오늘의 사회 현안을 성서 본문에 비추어 읽고자 하는 목회자와 설교자, 그리고 권력의 구조 속에서 신앙의 의미를 묻는 모든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