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세계적 러시아사 석학 로버트 서비스의 기념비적 평전 『스탈린』이 21세기북스 그레이트 하모니 시리즈로 출간됐다. 이 책은 소련 해체 이후 공개된 방대한 문서보관소 자료와 스탈린의 조카 키라 알릴루예바 등 주변 인물들의 생생한 증언을 집대성해, 신화와 왜곡에 가려져 있던 스탈린의 실체를 복원한다.
스탈린은 흔히 피에 굶주린 학살자로만 기억되지만, 서비스는 그의 다층적 면모를 드러낸다. 젊은 시절 서정적인 시를 쓰고 매일 500쪽의 책을 읽으며 지식을 갈망한 지식인이자, 정교회 신학교 교육을 통해 형성된 내면 세계를 지닌 인물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유년기의 학대와 신체적 결함, 피해망상은 그를 무자비한 독재자로 변모시켰다. “코바는 소소의 신, 그의 삶의 의미였다”는 동지들의 기억처럼, 그는 혁명 투사로서 숭배받았지만, 결국 동지들마저 숙청하는 공포 정치의 설계자가 되었다.
책은 레닌과의 갈등, ‘레닌의 유언장’ 폭로 위기에서 살아남은 정치적 수완, 그리고 권력 피라미드를 장악하는 과정을 상세히 추적한다. “스탈린은 너무 거칩니다. 서기장이라는 자리에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습니다”라는 레닌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그는 정적들을 차례로 몰아내며 절대 권력자로 부상했다.
1930년대 대공포 시대, 스탈린은 수십만 명의 숙청 명단을 직접 검토하며 서명했고, “생각만으로도 사회주의 국가의 통일을 해치는 자는 모두 처단할 것”이라 선언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아들마저 포로로 잡히자 외면할 만큼 냉혹했지만, 동시에 얄타·테헤란 회담에서 압도적인 외교력을 발휘해 소련을 초강대국으로 격상시켰다.
서비스는 스탈린을 단순한 ‘학살자’가 아니라, 러시아인들에게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체제의 설계자로 설명한다. “사람들에게는 머리를 조아리고 살아갈 차르가 필요하다”는 그의 믿음은, 인민의 차르로서의 자기 신화를 구축하게 했다. 그러나 서랍 속에 숨겨둔 레닌의 절교 서한, 동지 부하린의 마지막 편지, 티토의 암살 경고 쪽지는 그가 평생 불신과 고독 속에 갇혀 있었음을 보여준다.
『스탈린』은 952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으로, 혁명가·독재자·군사 지도자·황제로 이어지는 스탈린의 궤적을 치밀하게 재현한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거장다운 책”이라 평했고, 《워싱턴 포스트》는 “혐오감을 주는 소재를 흡인력 있는 이야기로 만든 장인 정신”이라 극찬했다. 이 책은 스탈린이라는 문제적 인간을 가장 완벽하게 복원한 평전으로, 역사적 진실을 탐구하는 독자들에게 독보적인 권위를 선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