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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여행자가 들려주는 아홉 개의 이야기, 『눈 내리는 삼일포』(김연수, 문학동네)

역사와 근미래, 예술과 삶 ― 다채로운 소재로 엮은 김연수의 일곱 번째 소설집

장세환2026년 9월 8일 오후 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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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삼일포.jpg출판사 제공

김연수의 신작 소설집 『눈 내리는 삼일포』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됐다. 『이토록 평범한 미래』 이후 4년 만에 선보이는 일곱 번째 소설집으로, 총 9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이번 작품집은 조선 후기 화가 심사정의 그림에서 출발한 역사적 상상력부터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SF적 상상까지, 김연수 특유의 정교하고 아름다운 문체로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표제작 「눈 내리는 삼일포」는 심사정의 그림 <고성삼일포도>를 둘러싼 가상의 일화를 담았다. “보이는 대로 보지 말라는 건 나를 보라는 것이었지. 그림을 벗어나면 그림의 바깥에 있는 우리가 확연하고 그림 속 세상은 오히려 미미해지는 것처럼…”이라는 대목은 예술과 삶의 관계를 깊이 성찰하게 한다.

「우리 인생의 목격자」에서는 야구, 서커스, 판소리라는 서로 다른 소재를 엮어내며 “내 인생의 목격자는 너희가 아니라 바로 나라고”라는 문장을 통해 자기 삶을 증언하는 주체로서의 인간을 강조한다. 「동풍이 어디로 흩어지는지」는 손녀가 자신의 정신을 ‘업로드’한 근미래를 배경으로, 할아버지가 그녀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리며 “존재는 이 세계에서 오직 한 곳만을 채우지만 부재는 모든 곳을 다 채운다”는 문장으로 인간 존재의 본질을 묻는다.

또한 「수면 위로」에서는 피아노 연주를 별빛에 비유하며 예술의 울림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그리고 밤과 가을이」에서는 “끔찍한 것에서도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소녀” 엘라의 시선을 통해 예술의 힘을 탐구한다. 마지막 작품 「신의 마음 아래에서」는 “희망은 두려움과 함께 가는 법이야”라는 문장으로 희망과 두려움의 공존을 이야기한다.

이번 소설집은 그림책 작가 이수지의 그림책 『눈 내리는 삼일포』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으며, 표지 일러스트 역시 이수지가 맡았다. 공연창작자 이자람은 추천사에서 “죽었다, 죽였다, 죽는다, 죽이자는 이야기가 쉬이 지면에 올라오는 종말의 시대 속에서 애틋한 마음을 안고 시간을 가로지르느라 애쓰는 우리의 지친 마음 옆으로 가만히 다가와 앉아주는 아홉 개의 이야기들”이라고 평했다.

김연수는 “시간이 내게서 뭔가를 빼앗아갈 때는 잔인했지만, 줄 때는 다정했다. 앞으로도 나는 그렇게 울고 또 웃으리라. 살아 있는 한, 나는 시간의 여행자니까”라고 말한다. 『눈 내리는 삼일포』는 바로 그 시간의 여행자가 우리에게 건네는 다채로운 이야기의 집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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