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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와 우울증의 경계에서, 『치매인 줄 알았는데 우울증』(와다 히데키, 흐름출판)

노인정신의학 전문의가 밝히는 마음 노화의 비밀 ― 치매보다 더 무서운 우울증

장세환2026년 9월 8일 오후 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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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인 줄 알았는데 ㅇ우울증.jpg출판사 제공

일본에서 《80세의 벽》으로 80만 부 판매를 기록한 노인정신의학 전문의 와다 히데키가 신작 『치매인 줄 알았는데 우울증』을 통해 노년기 정신건강의 핵심 문제를 짚는다. 저자는 35년간 6천여 명의 고령자를 진료하며 치매와 우울증을 감별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치매와 우울증이 얼마나 비슷하게 보이지만 전혀 다른 질환인지, 그리고 왜 우울증이 노화의 ‘방아쇠’가 되는지를 설명한다.

치매는 병식(자신이 병에 걸렸다는 자각)이 옅어지면서 환자 본인은 의외로 평온하게 지내는 경우가 많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알츠하이머 진단 후에도 10년을 더 살았던 사례처럼, 치매는 서서히 진행되며 환자 스스로는 고통을 덜 느낄 수 있다. 저자는 그래서 치매를 “어쩌면 행복한 병”이라고 표현한다. 반면 우울증은 경증 단계부터 “더 살아봤자 의미가 없다”, “나는 늙고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에 잠식되며, 방치하면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

책은 치매와 우울증을 구분하는 간단한 기준을 제시한다. “변화가 빠르게 나타나면 우울증, 서서히 나타나면 치매.” 국내에서는 이를 ‘가성치매’라 부르며, 우울증 환자의 약 15%에서 나타난다. 우울증이 회복되면 인지 기능도 돌아오기 때문에 치매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저자는 노년기 우울증의 원인으로 세로토닌 부족과 상실감을 꼽는다. 은퇴, 배우자 사별, 질병과 죽음에 대한 불안이 겹치면서 우울증은 쉽게 발병한다. “우울증은 의지가 아닌 뇌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며, 항우울제가 노년층에서 특히 효과적인 이유를 설명한다. 또한 인지 치료의 한 방법으로 ‘3칼럼법’을 소개한다. 스트레스 상황, 감정, 떠오른 생각을 기록해 자동적 사고를 객관화하는 방식이다.

책은 가족의 역할도 강조한다. “힘내”라는 말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으며, 대신 “살아계신 것만으로 행복하다”는 존재 자체의 온기를 전하는 말이 필요하다. 우울증 환자는 자신을 ‘민폐’로 여기기 쉽기 때문에, 가족의 태도와 말 한마디가 회복에 큰 영향을 준다.

예방을 위한 생활 습관도 구체적으로 제시된다. 오전 햇빛 쬐기, 하루 3,000보 산책, 감정을 자극하는 영화나 책 읽기, 지나친 저콜레스테롤 식단을 피하는 것 등이 세로토닌을 높이고 마음 노화를 늦추는 방법이다.

와다 히데키는 머리말에서 “조금만 일찍 왔더라면 몇 주 만에 좋아졌을 환자들이, 몇 년을 나이 탓으로 돌리다 그만큼의 시간과 고통을 더 견뎌야 했다”고 말한다. 『치매인 줄 알았는데 우울증』은 부모님의 갑작스러운 변화가 걱정되는 가족, 스스로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는 노인에게 반드시 필요한 안내서다. 치매와 우울증의 경계를 바로 보는 순간, 마음 노화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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