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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가족이 드러낸 진짜 고독, 『가족극』(미야베 미유키, 북로드)

인터넷에서 만난 낯선 이들이 꾸린 ‘가상 가족’ ― 살인 사건으로 무너진 관계와 가족의 의미

장세환2026년 9월 8일 오후 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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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극.jpg출판사 제공

일본 추리소설의 거장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 『가족극』이 북로드에서 출간됐다. 이 책은 2011년 『R.P.G.』, 2017년 『가상가족놀이』로 소개된 작품의 리커버판으로, 인터넷에서 만난 네 사람이 ‘가족 역할’을 맡아 가상의 가족을 꾸리며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가즈미, 리쓰코, 미노루, 요시에는 이름도 얼굴도 모른 채 ‘아빠’ ‘엄마’ ‘딸’ ‘아들’ 역할을 맡아 메일과 채팅을 주고받는다. 놀랍게도 그 관계는 현실의 가족보다 더 편안했다. 성적이 떨어져 속상한 밤, 위로를 건넨 것은 진짜 아버지가 아니라 인터넷 너머의 ‘아버지 역’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 ‘아빠’ 역을 맡은 도코로다 료스케가 실제로 살해당한 채 발견되면서, 이 안전했던 무대는 순식간에 붕괴한다.

작품은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과 마음으로 맺은 가족, 그 자격은 누구에게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현실에서 고립된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관계와 소속감을 만들어내는 모습, 그리고 그 관계가 현실의 비극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통해 오늘날 독자에게도 “당신의 가족은, 정말 당신을 알고 있는가”라는 물음을 남긴다.

또한 『모방범』의 형사 다케가미 에쓰로와 『크로스파이어』의 이시즈 치카코가 이 사건을 함께 추적하며, 미야베 미유키 세계관의 인물들이 다시 만나는 반가운 ‘재회’를 선사한다. 이들이 쫓는 것은 단순한 살인범이 아니라 ‘가족’이라는 이름이 가진 위태로운 정의다.

『가족극』은 단순한 미스터리를 넘어, 가족이라는 관계의 본질을 탐구하는 작품이다. 한집에 살아도 서로를 모르는 가족, 오히려 익명의 커뮤니티에서 진짜 마음을 털어놓는 현대인의 모습은 독자에게 낯설지 않다. 미야베 미유키는 이 불편한 진실을 정면으로 파고들며, 가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가족의 의미를 다시 묻는다.

이번 리커버판은 15년 전 던진 질문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준다. 가족 간 강력범죄와 고립사 뉴스가 낯설지 않은 지금, 『가족극』은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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