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우주에서는 무엇도 인간의 울음을 듣지 못한다.” 『슬픈 행성』은 이 문장에서 출발한다. 인간이 근본적으로 지니고 있는 슬픔과 고통, 우울을 우주적 관점에서 탐구하는 과학철학 에세이이자 인문비평서다. 산업자본주의와 과학기술 발전으로 인한 인간소외, 기후변화, 팬데믹 등 현대 인류가 직면한 위협을 분석하며, 인간중심적 사고가 어떻게 지구를 망쳐왔는지를 성찰한다.
책은 화성 탐사로봇 오퍼튜니티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배터리가 부족합니다. 그리고 점점 어두워지고 있습니다”라는 마지막 메시지에 사람들이 느낀 슬픔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저자들은 인간만이 슬픔을 느낀다고 단정하는 것이 오만일 수 있다고 말한다. 나무가 쓰러질 때 다른 나무들이 슬퍼하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단정할 수 있겠는가.
저자들은 슬픔을 단순한 결함이 아니라 존재의 필연으로 본다. “슬픔은 슬픔 그 너머로 가기 위한 길”(579쪽)이라는 말처럼, 슬픔은 인간이 불안과 고뇌, 분노를 모두 소진한 뒤에 남는 근본적인 조건이다. 영화 〈멜랑콜리아〉, 고야의 그림 〈사투르누스〉, 이상(李箱)의 작품 등 다양한 예술작품을 통해 인간 근원의 슬픔을 탐구하며, 행복 강박을 벗어던지고 슬픔을 수용하는 태도가 해방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책은 또한 기후 불안, 생태 애도, 솔라스탤지어 같은 개념을 통해 인간 존재의 한계를 사유한다. “인간은 멸종해 버린 다른 종을 애도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멸종에는 누가 애도를 보낼 것인가?”(192쪽)라는 질문은 독자에게 깊은 충격을 준다. 인간 멸종 뒤에 남아 우리를 애도해 줄 존재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절망에 머물지 않는다. 슬픔은 인간이 지구를 착취하는 행위를 잠시 멈추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고래와 돌고래가 육지를 거부하고 바다에 남아 있었던 선택을 “대자연의 바틀비”라 부르며, 인간이 놓친 지혜를 되새기게 한다.
『슬픈 행성』은 6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 속에서 인간 존재의 하찮음과 그에 따른 비애를 탐구하지만, 동시에 슬픔을 새로운 이해와 연대의 가능성으로 제시한다. 퍼블리셔스 위클리는 이 책을 “기묘할 정도로 아름답고, 가슴을 후려치는 황량함을 지닌 작품”이라 평했고, 로스앤젤레스 리뷰 오브 북스는 “허무주의적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면서도 냉소주의로 빠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슬픈 행성』은 인간이 왜 근본적으로 슬픈 존재인지, 그리고 그 슬픔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우주적 차원에서 성찰하는 책이다. 지금 이 순간 지구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슬프기 그지없지만, 그 슬픔을 수용하는 태도야말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반응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