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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과 사기, 투기와 폭동으로 본 식민지 조선 『경성기담』(전봉관, 더숲)

100년 전 경성을 뒤흔든 사건으로 드러난 식민지 사회의 욕망과 불안

장세환2026년 8월 26일 오후 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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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기담.jpg출판사 제공

KAIST 전봉관 교수가 20년 만에 다시 내놓은 『경성기담』은 단순한 개정판이 아니다. 2006년 첫 출간 당시 인문 분야 베스트셀러로 주목받았던 이 책은, 이번에는 원고지 3,000매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으로 식민지 조선의 사회와 일상을 입체적으로 복원한다.

책은 살인, 사기, 폭탄 투척, 실종 사건 등 당시 신문 사회면을 장식했던 실제 사건들을 추적한다. “패륜아의 독살인가, 협잡배의 모함인가”라는 이수탁 살부 공판, “중국인의 씨를 말리자”라는 치명적 오보에서 비롯된 완바오산 사건, “쉿! 금 만드는 기술 있다”라는 홍우찬 연금술 사기 사건, ‘경의선 특급열차 2만 원 도난 사건’ 등은 단순한 범죄 기록을 넘어 당시 사회의 욕망과 불안을 드러낸다.

책 속에는 충격적인 묘사도 담겨 있다.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안면이 굳어 버린 노인, 고사리 같은 두 주먹을 예쁘장하게 쥐고 두 눈을 뜬 채 땅바닥에 엎어진 영아, 젖먹이를 품에 안고 맞아 죽은 여인…”(완바오산 사건) 같은 기록은 식민지 조선의 폭력과 혼란을 생생히 보여준다.

또한 문화사적 해석도 풍부하다. 미두(米豆) 시장의 흥망사, 1930년대 동해안을 뒤덮은 정어리 러시 등은 당시 경제와 사회 구조를 드러내며, 범죄와 투기가 어떻게 일상과 맞물려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전봉관 교수는 한국 근대 범죄사 연구의 개척자로 평가받는다. 그는 살인을 이야기의 출발점으로 삼아 그 이면에 자리한 가족, 돈, 욕망, 불안, 그리고 식민지 현실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범죄 기록을 생활사와 문화사, 인간 탐구의 영역으로 확장시키며, 사건을 통해 시대의 속살을 드러내는 독보적인 서사를 구축한다.

『경성기담』은 단순히 과거의 사건을 나열하는 책이 아니다. 100년 전 경성의 밤을 뒤흔든 사건들은 오늘날 독자에게 식민지 조선이라는 시대를 들여다볼 수 있는 가장 생생한 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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