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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문자 하나가 바꾼 역사 『십오세기의 종성 시옷』(김성규, 태학사)

훈민정음 창제 초기 종성 표기와 ‘속격-ㅅ’의 기저형을 추적한 중세 한국어 음운사 연구

장세환2026년 8월 24일 오후 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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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오세기의 종성 시옷.jpg출판사 제공

중세 한국어 음운사에는 오랜 연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결론에 이르지 못한 난제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종성 ‘ㅅ’의 음가 문제다. 서울대학교 김성규 교수의 신간 『십오세기의 종성 시옷』은 이 작은 문자 하나에서 출발해 훈민정음 창제 초기의 종성 표기 원칙, 종성 ‘ㅅ’의 음가, ‘속격-ㅅ’의 기저형, ‘ㅅ-초성 합용병서’, 나아가 종성 체계의 역사적 변화를 추적하는 본격 연구서다.

책의 중심 질문은 ‘속격-ㅅ’은 과연 어떤 소리였으며, 하나의 형태소라면 그 기저형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저자는 《훈민정음(해례본)》, 《용비어천가》, 《석보상절》, 《월인천강지곡》, 《월인석보》 등 15세기 문헌을 다시 세밀하게 분석하며, 속격-ㅅ이 단순히 /s/로만 발음된 것이 아니라 환경에 따라 [s]와 [z]로 나타나는 이형태가 있었음을 밝힌다. 이를 바탕으로 속격-ㅅ의 기저형을 /ㅿ/으로 설정한다.

또한 훈민정음 창제 초기의 종성 체계를 기존의 8종성이 아니라 ‘8종성+ㅿ’의 9종성 체계로 파악한다. 이후 15세기 후반에 ‘ㅿ’이 소멸하면서 8종성 체계가 성립하고, 다시 16세기에 종성 ‘ㅅ’이 /t/로 변화하면서 현재와 같은 7종성 체계가 완성되었다는 가설을 제시한다.

책은 단순히 종성 ‘ㅅ’의 음가를 밝히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하나의 문자에 대한 해석이 표기법, 형태소, 초성 합용병서, 종성 체계의 역사 전체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과거의 말소리는 직접 확인할 수 없으며 음운사 연구의 결론은 어디까지나 문헌을 바탕으로 한 ‘재구’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기존의 정설을 단순히 부정하기보다 자료와 관점, 이론을 다시 점검하면서 더 설명력이 높은 가설을 찾아 나가는 연구의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십오세기의 종성 시옷』은 종성 시옷 하나에서 출발해 중세 한국어 종성 체계의 역사 전체로 확장되는 학문적 여정을 담고 있다. 국어사와 음운론 연구자뿐 아니라 훈민정음과 한국어의 역사적 변화를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중요한 문제 제기를 던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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