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가톨릭출판사가 창립 145주년을 맞아 『조선 천주교 출판사』를 펴냈다. 이 책은 조선에 한문서학서가 유입된 17세기부터 19세기 성서 활판소 설립에 이르기까지, 천주교 신앙이 책과 인쇄물, 한글, 성물을 통해 어떻게 전파되었는지를 본격적으로 조명한다.
조선 천주교회는 세계 교회사에서도 드물게 ‘책’을 통해 신앙을 받아들였다. 중국에서 간행된 한문서학서가 연행사를 통해 조선에 들어오고, 이를 지식인들이 읽고 번역·필사하면서 신앙이 확산되었다. 초기 신자들은 직접 책을 베껴 쓰고 우리말로 옮겨 다른 이들에게 전했으며, 이러한 과정은 수도 한양을 넘어 지방 공동체로까지 퍼져 나갔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제1부 ‘조선 천주교 출판의 역사’에서는 한문서학서의 유입과 보급, 명도회를 통한 서적 제작과 배포, 그리고 베르뇌 주교가 추진한 목판 인쇄소 설립과 병인박해 이후 활판 인쇄소의 운영 과정을 다룬다. 특히 1881년 성서 활판소 설립은 오늘날 가톨릭출판사의 기원으로 이어진다.
제2부 ‘조선 천주교 출판 공식 언어: 한글’에서는 한글이 교회 출판의 공식 언어로 자리 잡는 과정을 살펴본다. 프랑스 선교사들은 조선어를 배우고 한글을 익히며 복음을 전하고자 했고, 그 결과 최초의 조선어 사전 《한불자전》과 문법서 《한어문전》이 출간되었다. 이는 한국 천주교 복음화 과정이 언어와 문자 연구와도 긴밀히 연결되어 있었음을 보여준다.
부록에서는 초기 신자들의 신심 생활에 중요한 성물의 역사를 다룬다. 이승훈이 중국에서 가져온 성물, 성화 목판, 묵주와 십자패 등 다양한 자료를 통해 당시 신앙생활의 구체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조광 고려대 명예교수는 “책은 교회의 창설에만 기여하지 않고 신앙 확산의 매개체가 되었다. 조선 교회는 한글 서적을 통해 교세를 넓혔으며, 이는 신자 수 증가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평했다.
『조선 천주교 출판사』는 신앙과 순교의 역사에만 머물지 않고, 책을 만들고 번역하고 인쇄하며 보급한 사람들의 노력을 통해 조선 천주교회의 또 다른 역사를 보여준다. 박해 속에서도 진리를 향한 열망을 잃지 않았던 선조들의 모습은 오늘날 신앙인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