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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으로 만나는 노자의 지혜 『도덕경을 쓰는 시간』(노자, 장석주 옮김, 니들북)

비움과 고요 속에서 다시 쓰는 삶의 철학

장세환2026년 8월 24일 오후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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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경을 쓰는 시간.jpg출판사 제공

끝없는 경쟁과 과부하의 시대, 왜 다시 노자인가. 시인 장석주는 『도덕경을 쓰는 시간』에서 그 답을 찾는다. 출판사 경영, 대학 강의, 방송 진행까지 쉼 없이 달리던 그는 마흔 중반, 몸과 마음이 지쳐 안성 호숫가 ‘수졸재’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밥물이 끓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호수의 잔잔한 물결을 바라보며 보낸 15년의 시간 속에서 그는 2,500년 전 노자의 『도덕경』을 다시 만났다.

『도덕경을 쓰는 시간』은 노자의 원문 81장 5,000자를 장석주 시인이 새롭게 옮긴 완역본이다. 동시에 독자가 직접 손으로 문장을 따라 쓰며 마음의 소란을 비워낼 수 있도록 필사면을 함께 구성했다. 눈으로 읽는 것을 넘어 손끝으로 새기는 동안, 머리로 이해했던 문장은 삶의 태도로 변하고, 복잡했던 마음은 조금씩 고요해진다.

노자의 문장은 오늘의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부드럽고 약한 것이 굳세고 강한 것을 이긴다(柔弱勝剛强)”라는 구절은 더 채우고, 더 빨라지고, 더 경쟁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오히려 비우고 내려놓을 때 삶이 단단해진다는 역설을 보여준다. 『도덕경』은 평화로운 시절의 이상론이 아니라, 춘추전국시대라는 혼란 속에서 태어난 절박한 지혜의 기록이다.

책은 단순한 번역서가 아니다. 시인 특유의 맑고 단정한 언어로 오늘의 독자가 가슴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풀어냈다. 또한 필사 가이드를 제공해 한자가 익숙하지 않은 독자도 편안하게 따라 쓸 수 있도록 배려했다. 하루 한 장, 펜 끝으로 문장을 눌러 쓰는 동안 일상의 과부하는 가라앉고, 뇌와 마음에는 고요한 여백이 생긴다.

장석주는 『도덕경』을 “삶의 기술과 통치의 원리를 펼치는 지혜의 서”로 이해한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승리하는 법보다 흔들리지 않는 법을, 채우는 기술보다 비우는 용기를, 힘으로 밀어붙이기보다 물처럼 유연하게 살아가는 지혜를 배운다.

『도덕경을 쓰는 시간』은 길을 잃고 번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팽팽하게 당겨진 힘을 풀고, 물처럼 유연하게 흐르는 삶을 선사하는 지침서다. 읽고 쓰는 과정 속에서 노자의 오래된 문장은 오늘의 우리를 붙잡으며,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같은 질문을 던지는 인간에게 가장 단순하고 깊은 답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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