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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자본·국가가 만든 ‘현대’ 『현대의 탄생』(박재용, 마인드빌딩)

1800~1945, 기술과 자본의 연대기를 따라 읽는 현대 산업사회의 설계도

장세환2026년 8월 24일 오후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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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탄생.jpg출판사 제공

오늘날 우리가 숨 쉬듯 당연하게 누리는 산업사회는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박재용 작가의 신간 『현대의 탄생』은 1800년부터 1945년까지, 산업혁명에서 양차 세계대전까지 이어진 기술과 자본, 국가의 연대기를 입체적으로 풀어낸다. 단순한 발명 연표가 아니라, 각 산업이 어떤 사회적 요구 속에서 등장했고 다른 산업과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1부에서는 목화에서 시작된 섬유산업과 증기기관, 철강, 철도, 증기선으로 이어진 산업혁명의 서막을 다룬다.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을 개선해 방적기와 방직기의 동력으로 활용하게 된 순간은 근대 산업의 기폭제였다. 2부에서는 전신망과 통신 혁명이 경제와 무역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런던과 뉴욕을 실시간으로 연결하며 국제 금융 시스템을 탄생시킨 과정을 보여준다.

3부에서는 화학과 고무, 비료와 화약 같은 산업이 어떻게 생활과 전쟁을 동시에 바꿨는지를 조명한다. 특히 하버-보슈법은 ‘공기로 빵을 만드는 과학’으로 찬사를 받았지만, 동시에 독가스 개발로 제1차 세계대전을 연장시킨 ‘독가스의 아버지’라는 비난을 함께 받았다. 4부에서는 자동차, 비행기, 전기 같은 발명품이 생활을 어떻게 혁명적으로 바꿨는지, 냉장고와 통조림, 전화와 라디오, 영화가 어떻게 대중문화를 형성했는지를 다룬다.

책은 기술 발전의 밝은 면만을 보여주지 않는다. 풍요 속의 빈곤, 제국주의와 식민지 지배, 반복되는 경제공황, 노동운동과 사회주의 운동의 성장까지, 기술과 자본이 맞물리며 만들어낸 현대의 모순을 함께 드러낸다.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은 단순히 전쟁의 끝이 아니라, 과학기술·기업·국가 동맹이 완성된 순간이었다. 이 구조는 냉전과 군산복합체로 이어져 오늘날까지 작동하고 있다.

『현대의 탄생』은 산업혁명에서 AI 시대까지 이어지는 맥락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배경지식을 제공한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인공지능 혁명 역시, 19세기 산업혁명과 마찬가지로 인류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이 책은 현대 산업사회의 설계도를 복원하며,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세상의 근간을 추적하는 지적 여정을 선사한다.

결국 이 책은 묻는다. “현대라는 이름의 사회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현대의 탄생』은 그 답을 찾고자 하는 독자에게 가장 흥미롭고도 치밀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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