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에게 물리적 거리두기를 강제했고, 그 결과 가장 먼저 마모된 것은 ‘사람의 온기’였다. 서로의 얼굴을 마주할 수 없는 시간 속에서, 안양 수리장애인종합복지관의 이형진 관장은 매달 말일마다 직원과 지역 이웃, 지인들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6년 동안 한 달도 빠짐없이 이어진 글들이 모여 『마음 편지』라는 책이 되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위기를 견디기 위한 소통 창구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이 편지는 지친 이들에게 위로와 성찰을 건네는 기록으로 자리 잡았다. 저자의 관장실 창 너머로 펼쳐진 수리산의 사계절은 글 속에서 거대한 스승이 된다. 봄날 진달래는 ‘수용의 그릇’을 묻고, 은사시나무는 ‘환대의 태도’를 일깨우며, 겨울을 준비하는 나무는 ‘비움의 용기’를 가르친다. 자연의 변화 속에서 저자는 공동체와 인간관계의 본질을 발견한다.
책은 단순한 복지 현장의 보고서가 아니다. 발달장애 아이들의 웃음과 울음, 노점에서 모은 20만 원을 선뜻 내어놓은 이웃의 손길, 수십 년이 지나도 감사 편지를 보내온 제자의 구두 선물 같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저자는 이들을 ‘서비스 대상자’가 아닌 ‘연인’처럼 바라보며, 그들의 서툰 표현 속에서 삶의 위엄과 가능성을 읽어낸다. 복지는 시혜가 아니라 기다림과 동행이라는 사실을 책 전체를 통해 증명한다.
신앙적 뿌리를 가진 저자의 글은 종교적 설교가 아니라 일상의 언어로 번역된 사랑의 실천이다. 눈을 쓸고, 따뜻한 누룽지를 건네고, 소외된 이웃의 안부를 묻는 작은 선택들이 모여 신앙의 본질을 드러낸다. “머리에서 가슴으로, 그리고 손과 발로” 이어지는 믿음은 오늘날 말만 무성한 종교인들에게 조용한 경종을 울린다.
『마음 편지』는 화려한 문장 대신 담백한 기록으로 독자의 마음을 서서히 데운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차가웠던 마음의 온도가 1도쯤 올라가고, 주변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 사회복지사에게는 초심을 회복하게 하는 거울이 되고, 현대인에게는 따스한 그늘이 되며, 그리스도인에게는 삶의 지침서가 된다.
저자가 던지는 마지막 질문은 책을 덮은 후에도 오래 남는다. “당신은 오늘 어떤 마음을 품고 살아가고 있습니까?” 『마음 편지』는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각자의 자리에서 버텨내는 우리 모두에게 건네는 가장 성실하고 따뜻한 위로의 기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