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1984년 미셸 푸코가 세상을 떠난 뒤 그의 아파트에서 발견된 개인 아카이브 자료 중 ‘82번 상자’에서 116장의 정밀한 원고가 나왔다. 『양성구유자들』은 바로 그 원고를 바탕으로 한 책으로, 16세기 초부터 19세기 말까지 양성구유자(인터섹스)에 대한 사법적·의학적 처리를 추적하며 ‘진정한 성’ 담론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보여준다.
푸코는 이 원고에서 성(sexe)과 성 현상(sexualité)의 개념을 정교하게 분리한다. 초기에는 법이 ‘우세한 성’을 선택하도록 권고했지만, 17~18세기에 들어 의학이 개입하면서 성은 해부학적 진실로 판별되어야 하는 것으로 바뀐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감수성과 욕망, 즉 성적 경험이 ‘진정한 성’을 밝히는 증거로 동원되었다. 19세기에는 발생학과 비교해부학의 발전으로 모든 개인에게 단 하나의 성만을 강제하는 체제가 확립되었고, 성과 성 현상의 불일치를 보이는 양성구유자는 ‘도착자’로 규정되어 사회적·성적 삶에서 배제되었다.
책 속에서 푸코는 이렇게 지적한다.
“사람은 항상 하나의 성을, 오직 하나의 성만을 가진다.” (145쪽) 이 원칙은 결국 성을 자연적 사실이 아니라 권력-지식 장치가 생산해낸 역사적 산물임을 드러낸다.
『양성구유자들』은 《성의 역사》와 《비정상인들》의 빈틈을 메우는 결정적 텍스트로 평가된다. 아리안나 스포르치니의 서문은 이 원고의 문헌학적 의의를 정리하고, 에리크 파생의 후기는 동시대 젠더·퀴어 이론과의 접점을 보여준다. 한국어판에는 옮긴이 해제가 더해져 푸코의 큰 기획 속에서 이 텍스트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정체성 강요에 맞선 윤리적 메시지를 강조한다.
무엇보다 이 책은 정체성의 이분법과 법적 승인에 갇힌 현실정치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푸코는 쾌락과 욕망을 미리 주어진 정체성에 종속되지 않는 무성적 실천으로 제시하며, 제도적 규범에 갇히지 않는 관계와 삶의 양식을 향한 철학적 무기를 제공한다.
『양성구유자들』은 성과 젠더 연구, 탈식민주의, 퀴어 이론을 새롭게 읽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