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나는 이렇게까지 노력하는데, 왜 이 관계는 나아지지 않는 걸까?” 이해할 수 없는 사람 때문에 지친 이들을 위한 책이 나왔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차승민의 신간 『그 사람은 대체 왜 그러는 걸까』는 19년간 진료실과 국립법무병원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온 경험을 바탕으로, 일상 속 인간관계를 심리학적으로 풀어낸다.
책은 실존 인물을 진단하지 않는다. 대신 드라마와 영화 속 캐릭터들을 통해 성격장애, 애착 유형, 우울증, 중독 등 다양한 심리 개념을 설명한다. 예컨대 〈미생〉의 성 대리를 통해 자기애성 성격장애를, 〈슬램덩크〉의 강백호를 통해 ADHD를, 〈우리들의 블루스〉의 선아를 통해 우울증을 보여준다. 허구의 인물은 현실보다 과장되어 있어 오히려 정신의학적 개념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좋은 재료가 된다.
저자는 강조한다. “사람의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찾는 일은 결코 그 행동을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유를 알게 될 때, 우리는 더 현명하게 판단하고 단단하게 자신을 지킬 수 있게 된다.” (11쪽) 이해는 곧 수용이 아니다. 상대의 행동을 무조건 받아들이라는 것이 아니라, 왜 그 관계에서만 유독 내가 지치는지 이유를 알아야 거리 두기가 죄책감이 아니라 판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은 자기애성·연극성·의존성·경계성 성격장애부터 강박, ADHD, 우울증, 중독까지 폭넓게 다룬다. “겉으로 매력적인 사람이 속이 비어 있을 때, 내 에너지로 그 빈속을 채워주려 하는 것은 너무 소모적인 일이다” (43쪽)라는 구절은, 우리가 왜 특정 관계에서 쉽게 소진되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투사적 동일시’ 개념을 통해,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을 상대에게 떠넘기고 그가 마치 자신의 것처럼 받아들이게 되는 무의식적 과정을 설명한다. 이는 관계의 문제를 단순히 ‘저 사람 성격 탓’이나 ‘내 탓’으로 몰아가지 않고, 그 사이의 넓은 지대를 보여준다.
책의 마지막 메시지는 분명하다. 모든 사람과 잘 지낼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나를 소진시키는 관계와 나에게 좋은 관계를 구별하는 일이다. “저 사람이 왜 저러는지를 알면 그에게 휘둘리지 않을 수 있고, 내가 왜 이렇게 반응하는지를 알면 나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10쪽) 결국 타인을 이해하는 일과 나를 이해하는 일은 같은 곳에서 시작된다.
『그 사람은 대체 왜 그러는 걸까』는 상대를 판단하기 위한 책이 아니라, 관계를 조금 더 정확히 바라보기 위한 책이다. 이해할 수 없는 사람 때문에 괴로웠던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타인뿐 아니라 자기 자신을 새롭게 이해하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