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죽음이란 무엇인가》로 한국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던 예일대학교 철학과 석좌교수 셸리 케이건이 이번에는 도덕의 본질을 정면으로 묻는다. 『도덕이란 무엇인가』는 오랫동안 예일대에서 진행해 온 ‘도덕 회의주의’ 강의를 바탕으로, 객관적인 도덕적 진리가 존재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그것을 알 수 있는지를 치밀하게 검토한 책이다.
책은 도덕을 부정하는 가장 강력한 반론들을 하나씩 다룬다. 사람들 사이의 끝없는 불일치가 도덕에 정답이 없다는 증거일까. 문화가 다르면 도덕도 달라지는 것일까. 우리의 공정함과 이타성은 진화가 생존을 위해 빚어낸 착각일 뿐일까. 케이건은 이러한 질문들을 가장 날카로운 형태로 세운 뒤, 도덕이 단순한 취향이나 기분으로 환원되지 않는 이유를 차근차근 따져 나간다. 그는 “영아를 고문하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직관적 확신을 예로 들며, 허무주의가 옳다면 이런 주장조차 참이 아니게 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그는 끝내 도덕적 직관이 단순한 환상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책은 불일치와 상대주의를 넘어서는 논리를 제시한다. 과학에도 불일치는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별이나 유전자에 관한 사실이 없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도덕적 불일치가 있다고 해서 곧바로 도덕적 진리가 부재하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케이건은 “회의주의자가 도덕 실재론을 무너뜨리려면 더 나은 설명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불일치가 진리를 향한 탐구의 실패인지 아니면 어려운 문제의 증거인지를 구분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그는 문화적 차이를 존중하면서도 도덕적 상대주의와 구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마다 다른 관습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사회학적 설명일 뿐, 그 관습이 도덕적으로 옳다는 결론을 자동으로 보장하지 않는다. 인권 침해나 폭력 같은 문제 앞에서 상대주의는 너무 쉽게 침묵의 논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진화론적 반론에 대해서도 그는 설득력 있는 답을 내놓는다. 진화가 생존에 유리한 믿음을 선호했다는 사실만으로 그 믿음이 거짓이라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참과 유리함이 연결될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랑이 호르몬으로 설명된다고 해서 사랑이 사라지지 않듯, 도덕 감정의 기원을 안다고 해서 도덕적 이유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결국 케이건은 도덕적 직관의 오류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서로 다른 직관을 비교하고 반례를 검토하며 더 일관된 설명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 대부분은 권리와 의무, 덕과 악덕이 존재하는 세계에 대한 대략적인 상식적 이론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도덕 세계에 대한 우리의 그림은 성찰을 통해 정교화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도덕이란 무엇인가』는 정치적 양극화와 온라인 논쟁이 일상이 된 시대에,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데 누가 옳다고 할 수 있나”라는 말로 대화를 끝내 버리는 습관을 넘어, 도덕을 포기하지 않는 일이 왜 지적으로 정직한 선택인지를 보여준다. 옳고 그름에 대해 근거를 가지고 논쟁하고, 생각을 바꾸고, 더 나은 삶을 모색하는 것. 그것이 바로 도덕을 묻는 철학의 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