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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삶의 빛을 담다 『밤의 그림자를 건너는 사람』(박정숙, 이바구)

기억과 풍경, 체험의 온기로 엮어낸 수필의 본질

장세환2026년 8월 19일 오후 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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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그림자를 건너는 사람.jpg출판사 제공

박정숙 수필가의 신작 『밤의 그림자를 건너는 사람』은 평범한 삶의 순간들이 얼마나 깊고 아름다운 빛으로 남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는 오랜 시간 낙서처럼 글을 써왔고, 그것들을 한 권으로 묶는 과정은 지나간 시간을 다시 살아내는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끝내 멈추지 않고 묶어낸 글들은 잘 쓰인 글을 모은 것이 아니라, 살아내며 남겨진 흔적들을 그대로 엮어 놓은 기록이다.

책은 네 개의 부로 구성된다. 1부 「밤의 그림자를 건너는 사람」에서는 치자꽃 엄마, 보리밭 앞에서 돌아본 시간, 잊히지 않는 밤의 수업 같은 글을 통해 일상의 풍경과 가족의 기억을 담는다. 2부 「바람결에 오는 인연」에서는 아들의 아르바이트, 잘 익어 가는 황혼, 밀양 사명대사 유적비 앞에서의 사색 등을 통해 인연과 시간의 무게를 보여준다. 3부 「기억이 머무는 카페, 시간 속의 향기」에서는 제사, 별신굿, 선유도 같은 장소와 의례 속에 머무는 기억을 기록한다. 마지막 4부 「처용의 흔적을 찾아서」에서는 역사와 전통, 그리고 상생의 의미를 탐색하며 삶의 울림을 확장한다.

문학평론가 신기용은 박정숙 수필의 특징을 “거창한 의미를 선언하지 않고, 삶을 해석하기보다 보여주며, 교훈을 제시하기보다 스스로 깨닫게 한다”고 평했다. 그의 글에는 설명보다 장면이 많고, 주장보다 기억이 많으며, 논리보다 체험의 온기가 살아 있다. 이는 수필 본연의 미학과도 맞닿아 있다. 좋은 수필은 독자를 설득하는 글이 아니라 독자가 스스로 삶의 의미를 발견하도록 이끄는 글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삶의 어느 한순간에서 말없이 견디고 있는 누군가가 이 글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이런 시간도 지나가는구나’ 하고 숨을 고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한다. 완성되지 않은 자신을 감추기보다 드러내는 일이 덜 외로운 길이라는 깨달음이 책을 내놓게 한 이유다.

『밤의 그림자를 건너는 사람』은 독자에게 타인의 삶을 읽었다는 느낌보다 자신의 삶을 다시 만나고 왔다는 감각을 선사한다. 평범한 풍경과 기억 속에서 발견되는 울림은 독자에게 조용한 위로와 성찰의 시간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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