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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공포의 미학, 『아트 호러 - 아리 애스터와 로버트 에거스의 영화』(아드리안 그멜히, 코프키노)

《유전》과 《더 위치》에서 《미드소마》와 《라이트하우스》까지, 두 감독이 빚어낸 아트 호러의 세계

장세환2026년 8월 14일 오후 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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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호러.jpg출판사 제공

호러 영화는 오랫동안 ‘저급 장르’라는 편견에 시달려 왔다. 그러나 최근 10여 년 사이, 호러는 예술적 깊이와 시대정신을 담아내는 새로운 흐름으로 주목받고 있다. 독일의 영화 연구가 아드리안 그멜히는 이를 ‘아트 호러’라 명명하며, 그 대표 주자로 아리 애스터와 로버트 에거스를 호명한다. 『아트 호러 - 아리 애스터와 로버트 에거스의 영화』(코프키노)는 두 감독의 유년기와 커리어, 대표작을 분석하며 아트 호러의 정체성을 탐구한다.

아리 애스터는 《유전》과 《미드소마》를 통해 가족과 공동체의 붕괴, 인간 내면의 불안을 정교하게 그려냈다. 로버트 에거스는 《더 위치》와 《라이트하우스》에서 신화와 전설, 고전적 미장센을 활용해 시대적 불안과 인간의 광기를 형상화했다. 두 감독은 단순한 공포를 넘어, 기후 위기와 사회적 소외, 청년 세대의 불안 같은 동시대의 문제를 영화 속에 담아낸다. 책은 “세계에 대한 불편함, 이질감, 사회로부터 도피하고자 하는 갈망”이 두 감독의 작품에 어떻게 녹아 있는지를 짚는다.

그멜히는 호러 영화의 역사와 개념을 간략히 정리한 뒤, 두 감독의 작품을 영화사·예술사적 맥락에서 분석한다. 반복되는 모티프와 스타일적 요소, 고유한 비주얼 아이덴티티를 통해 아트 호러가 단순한 장르적 변주가 아니라 독립된 미학적 흐름임을 보여준다. 봉준호 감독이 《유전》 각본집 서문에서 “장르의 한계를 초월하며 원초적이고 벗어날 수 없는 공포를 이룩했다”고 평한 것도 이 맥락과 맞닿아 있다.

책은 또한 호러가 단순히 두려움을 자극하는 장르가 아니라, 인간이 현실의 공포를 이성적으로 사고할 수 있게 하는 장르임을 강조한다. “호러는 정신을 위한 훈련소”라는 설명처럼, 아트 호러는 관객에게 불안과 공포를 직면하게 하면서도 그것을 사유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한다.

『아트 호러』는 단순히 두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정리하는 책이 아니다. 호러가 어떻게 예술적 깊이를 획득했는지, 그리고 왜 지금 이 시대에 호러가 가장 강력한 장르가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아트 호러의 세계를 이해하고 싶은 영화 팬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비평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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