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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종을 거부한 목소리, 『우리는 거부한다. ‘징용’을 - 저항에서 투쟁으로』(정혜경, 도서출판 선인)

강제동원된 조선인들의 파업·탈출·무장투쟁, 피해의 역사 너머 저항의 역사를 기록하다

장세환2026년 8월 14일 오후 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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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거부한다 징용을.jpg출판사 제공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은 오랫동안 ‘피해의 역사’로만 기억되어 왔다. 그러나 정혜경의 신간 『우리는 거부한다. ‘징용’을 - 저항에서 투쟁으로』(도서출판 선인, 강제동원&평화총서 26권)은 그 틀을 넘어, 강제동원된 조선인들이 실제로 벌였던 저항과 투쟁의 사례를 집요하게 기록한다. 저자는 1938년 국가총동원법 제정 이후 패망까지, 일본 제국의 전쟁 체제 속에서 강제동원된 조선인들이 어떻게 파업을 일으키고, 탈출을 감행하며, 무장투쟁을 계획했는지를 이야기식으로 풀어냈다.

책은 동원 직전의 저항과 현지에서의 투쟁을 나누어 소개한다. 미쓰비시 사도광산에서 조선인 광부 97명이 집단 파업을 벌인 사건, 일본 내 조선인 노무자 700명이 폭동을 일으킨 사례, 인도네시아 자바에서 고려독립청년당이 포로감시원으로 활동하며 항일투쟁을 이어간 이야기 등이 생생하게 담겼다. 또한 학도지원병 제도를 거부하고 집단 탈출을 감행한 청년들의 사례는 ‘황군’으로의 길을 거부한 조선 청년들의 결연한 의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조선인 강제동원의 역사는 피해의 역사이자 동시에 투쟁과 저항의 역사”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일본 공안당국의 자료에 따르면, 강제동원된 조선인 노무자의 약 10%가 파업과 태업을 일으켰으며, 이는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저항이었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이를 외면해 왔다. 강제동원 작업장을 ‘수치스러운 장소’로만 인식하며 독립운동의 현장으로 바라보지 못했던 것이다.

책은 당시 저항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청년들, 나이 어린 소년·소녀들까지 투옥을 감수하며 저항에 동참했던 사실을 환기한다. “굴종하지 않는다”는 선언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세계 제국을 꿈꾸던 일본 당국을 곤혹스럽게 만든 실제 행동이었다.

『우리는 거부한다. ‘징용’을』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넘어, 저항의 역사를 복원하는 작업이다. 저자는 “한국 사회가 이제는 무관심에서 벗어나 강제동원된 조선인의 저항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강제동원사를 단순한 피해의 기록에서 투쟁의 역사로 확장시키며, 오늘날 우리가 기억해야 할 또 다른 독립운동의 현장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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