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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다시 들려온 속삭임, 『위스퍼맨』(알렉스 노스, 다산책방)

루소 형제 제작 넷플릭스 영화 원작, 20년 만에 되살아난 속삭임의 공포

장세환2026년 8월 14일 오후 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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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퍼맨.jpg출판사 제공

2018년 초여름, 할리우드에 출판사 로고도 없는 원고 하나가 떠돌았다. 이름조차 생소한 신인 작가의 데뷔작 원고였지만, 영화 제작사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치열한 판권 경쟁 끝에 최종 승자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연출한 루소 형제였다. “할리우드가 낚아챈 스릴러”라는 언론의 표현은 곧 현실이 되었고, 2019년 여름 정식 출간된 『위스퍼맨』은 《뉴욕타임스》와 《선데이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전 세계 30개국에서 출간되었다. 그리고 2026년 8월, 무려 8년간의 기다림 끝에 넷플릭스 영화 공개와 함께 한국 독자에게 새롭게 다가온다.

소설은 가장 안전해야 할 집을 공포의 무대로 바꿔놓는다. 아내를 잃은 톰과 어린 아들 제이크는 새로운 시작을 위해 한적한 마을 페더뱅크로 이사한다. 그러나 첫날 밤, 제이크가 “내 방 창가에서 속삭이고 있었어요”라는 말을 꺼내면서 이야기는 급격히 어두워진다. 20년 전 아이들을 속삭임으로 유괴했던 연쇄살인마 ‘위스퍼맨’의 범행과 놀라울 만큼 흡사한 상황. 하지만 위스퍼맨은 이미 체포되어 수감 중이다. 그렇다면 제이크에게 속삭이는 존재는 누구인가? 모방범인가, 혹은 또 다른 악마인가.

이야기는 톰과 제이크, 20년 전 범인을 체포했던 형사 피트, 그리고 이번 수사를 맡은 어맨다의 시선을 교차시키며 전개된다. 독자는 범인을 짐작할 때마다 반전으로 무너지고, 안도할 틈 없이 폭주하는 서스펜스를 마주한다. 선정적인 묘사 없이도 어린아이의 순진한 언어와 인물들의 내면을 통해 불안을 증폭시키는 방식은 이 작품의 독보적인 성취다. 스티븐 킹과 히치콕이 함께 써 내려간 듯한 공포라는 평가가 과장이 아니다.

『위스퍼맨』은 단순한 스릴러를 넘어 부자 관계의 불안과 상처의 대물림을 깊이 탐구한다. 아버지에게 온전한 사랑을 받지 못했던 톰은 아들 제이크를 사랑하면서도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몰라 주춤한다. 그러나 소설은 사랑하는 존재를 잃을지 모른다는 원초적 공포를 파고들며, 새로운 방식으로 사랑하는 법을 익혀가는 과정을 그린다. 바로 이 지점에서 『위스퍼맨』은 장르를 넘어선 휴먼 드라마로 자리매김한다.

“지난 10년간 나온 스릴러 중 단연 최고”라는 찬사와 함께, 루소 형제 제작의 넷플릭스 영화 공개로 다시금 주목받는 『위스퍼맨』. 속삭임이 들려오는 순간, 독자는 마지막 페이지까지 손을 놓을 수 없게 된다. 이 작품은 단순한 공포가 아니라, 사랑과 상처, 그리고 인간 내면의 그림자를 끝까지 추적하는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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