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세계가 열광하는 K-콘텐츠의 힘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BTS의 노래와 안무, 영화 <기생충>의 서사,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대사와 장면까지, 그 바탕에는 섬세하고 풍부한 우리말이 있다. 인문학자 김경집은 신간 『빛깔과 결을 담은 우리말』(교유서가)을 통해 형용사와 부사, 의성어와 의태어, 그리고 고맥락 언어가 만들어낸 한국어의 힘을 탐구한다.
저자는 “형용사는 빛깔의 언어, 부사는 결의 언어”라 정의한다. ‘노란 꽃’ ‘쓸쓸한 풍경’처럼 대상을 직관적으로 채색하는 형용사, ‘깡충깡충’과 ‘껑충껑충’처럼 움직임의 질감을 세밀하게 표현하는 부사는 단순한 수식어가 아니라 감정과 감각을 정교하게 담아내는 도구다. 이 언어적 자산이 배우들의 연기력과 K-콘텐츠의 섬세한 표현력으로 이어지며 세계적 공감을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책은 8개의 시선으로 우리말의 힘을 조명한다. ‘왜 한국 배우들은 연기를 잘할까’에서는 우리말이 연기의 뿌리임을 밝히고, ‘의성어와 의태어라는 콘텐츠 파워’에서는 기호가 직접 감각으로 전달되는 언어의 기적을 탐구한다. ‘K-스토리의 본질적 힘’에서는 저항과 극복의 서사가 언어에 응축된 결과물임을 강조한다. “눈치껏”이라는 단어 하나가 배우의 연기를 바꾸고, “달콤새큼하다”라는 표현이 세계인이 공감하는 감각을 만들어낸다.
김경집은 디지털 환경 속에서 형용사와 부사가 빠르게 소멸하고 있다는 점을 경고한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처럼 여겨지는 수식어의 소멸은 곧 섬세한 감정의 소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언어가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을 넘어 인간과 사회를 깊이 통찰하는 ‘사유의 언어’로 확장되어야 한다고 제언한다. “말이 곧 얼이다”라는 말처럼, 언어는 감각과 감정만으로는 실현되지 않으며 사유가 담겨야 한다는 것이다.
『빛깔과 결을 담은 우리말』은 단순히 언어학적 연구서가 아니라, K-콘텐츠의 미래를 위한 인문학적 제언이다. 섬세한 언어의 존재가 섬세한 장면을 가능하게 하고, 그 장면이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한국어의 풍부한 형용사와 부사, 의성어와 의태어는 단순한 낱말이 아니라 세계적 공감의 원천이다.
K-콘텐츠의 세계화 뒤에는 우리말이라는 위대한 보물창고가 있었다. 이 책은 그 언어의 힘을 다시금 깨닫게 하며, 언어가 사라지면 감정과 사유도 함께 사라진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한국어의 빛깔과 결을 지켜내는 일이 곧 우리의 문화와 미래를 지켜내는 일임을 강조하는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