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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자・고정순 그림책 『깨꽃이 되어』 출간(원더박스), "아흔 넘은 뒷집 할머니가 건넨 따뜻한 말 한마디"
"니 나 죽을 때까지 여그 살어라" 시골 이웃살이에서 찾은 마음의 고향
출판사 제공
서울 토박이가 강원도 평창 시골에서 아흔 넘은 노부부와 엮어낸 정다운 이웃살이 이야기가 그림책으로 출간됐다. 2021년 타계한 이순자 작가의 글에 고정순 작가가 그림을 그린 『깨꽃이 되어』는 도시 생활에 지친 이들에게 마음의 고향을 선사하는 따뜻한 작품이다.
이 그림책은 2022년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책 『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의 대표작인 「은행나무 그루터기에 깨꽃 피었네」를 원작으로 한다. 이순자 작가는 흙가루 날리는 50년 넘은 고옥을 집값의 세 배를 들여 수리하고 시골살이를 시작했다. 그곳에서 뜻밖의 인연을 만나게 된다. 바로 뒷집에 사는 아흔을 넘긴 노부부였다.
책의 핵심은 뒷집 할머니가 건넨 따뜻한 말이다. 어느 날 할머니가 잘라낸 은행나무 밑동에 핀 깨꽃을 보며 작가에게 말한다. "이게 똑 너 닮지 않든? 어디서 날아왔는지 몰라도 조금 있으면 깨 송이 영글 텐디, 영글어 너처럼 고수불 텐디. 니 나 죽을 때까지 여그 살어라, 살어라, 살어라, 알았제?" 반년 만에 정이 든 할머니의 말에 작가는 아무 말 못 하고 볼에 뽀뽀만 한다.
또 다른 인상적인 장면도 담겨 있다. 함께 밥을 먹다가 할머니가 "늙은이들하고 함께 밥을 먹는데, 냄새 안 나냐?"고 묻자, 작가는 "아유, 이거 무슨 냄새야? 엄마 냄새"라고 답한다. 누군가의 엄마이던 작가는 이곳에서 누군가의 아이가 되었고, 노부부는 또 다른 누군가의 엄마 아빠가 되었다.
그림을 그린 고정순 작가는 인구 소멸을 눈앞에 둔 지방 소도시에 살고 있다. 그는 "이곳에서 가장 귀한 존재는 이웃"이라며 "이순자 작가님 글에 나오는 이웃 어르신들처럼 이곳에서 나를 다시 살게 하는 사람들을 만났다"고 말했다. 마루에서 함께 파를 다듬고 강아지와 노닐고 밥을 함께 먹는 평범한 날들을 담박한 그림으로 표현했다.
이순자 작가는 서울 토박이지만 바람과 나무와 하늘, 그리고 사람 냄새를 찾아 늘 시골살이를 꿈꾸던 늦깎이 문학도였다. 2021년 하늘로 떠나기 전까지 쓴 글들이 산문집과 시집, 그림책으로 남았다.
출판사는 "지금 여기가 아니라 다른 어딘가를 꿈꾸는 마음이 우리를 움직이는 동력이 되어, 자기도 모르는 새 천천히 자기 둘레를 고향으로 만들어 나간다"며 "각자 선 자리를 고향으로 만들어 나가는 우리들을 응원한다"고 출간 의도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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