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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풍경 속 숨은 아름다움, 『히든코리아』(박희면, 재노북스)

골목과 항구, 섬과 시장에서 발견하는 한국 문화의 깊이와 사소한 기적들

장세환2026년 8월 5일 오후 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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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코리아.jpg박희면의 인문·문화 에세이 『히든코리아: 한국의 문화와 공간, 사소한 기적들』이 재노북스에서 출간됐다. 352쪽 분량의 이 책은 우리가 익숙하다는 이유로 무심코 지나쳐 온 한국의 풍경 속에서 문화의 깊이와 공간의 아름다움을 다시 발견하게 한다.

저자는 도시의 골목, 한옥의 마루, 성곽의 돌담, 항구의 바람, 시장의 소리, 섬의 여백, 생활 속 사물과 디자인을 따라가며 한국 문화가 어떻게 하나의 형태가 되고, 공간이 어떻게 기억을 품는지를 섬세하게 풀어낸다. 이 책이 주목하는 것은 거창한 유산이나 기록된 역사만이 아니다. 오히려 저녁이 내려앉은 골목의 불빛, 바람이 스치는 처마, 오래된 정거장의 침묵, 바다의 색을 닮은 도시의 표정처럼 사소하지만 오래 남는 장면들이다.

책은 크게 네 흐름으로 구성된다. 첫째, ‘문화는 형태가 된다’에서는 한국의 조형의식과 자연이 만든 디자인 언어를 탐구한다. 둘째, ‘장소는 기억을 설계한다’에서는 수원 화성, 강화도, 목포, 울릉도, 제주 등 다양한 공간을 통해 역사가 머무는 장소의 미학을 보여준다. 셋째, ‘디자인은 사회를 움직인다’에서는 공중전화기, 술병 라벨, 도시 색채, DDP 같은 사례를 통해 디자인이 사회적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방식을 설명한다. 넷째, ‘미래는 지금 설계된다’에서는 스마트 농업, 새활용 디자인, 인공지능 시대의 디자인을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모색한다.

추천글에서 교육학자 백형찬은 “이 책은 디자인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문화가 어떻게 형태가 되고 그 형태가 다시 사람의 삶을 감싸는지를 보여주는 긴 산책”이라 평했다. 그는 특히 저자가 ‘사소한 것’을 바라보는 시선에 주목하며, 작은 골목과 낮은 담장, 저녁의 불빛 속에서 문화가 숨 쉬고 디자인이 작동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저자 박희면은 한국디자인진흥원에서 27년간 국가 디자인 정책과 공공디자인 사업을 이끌며 ‘굿디자인 제도’와 ‘도시경관디자인’의 기반을 다진 인물이다. 그는 “디자인은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일”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이번 책에서 한국 문화와 공간을 따뜻하고도 깊이 있게 성찰한다.

『히든코리아』는 독자에게 새로운 정보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익숙한 공간을 다시 바라보는 시선을 건넨다. 우리가 사는 도시와 길, 집과 물건, 자연과 산업 속에는 이미 충분히 아름다운 문화가 스며 있다. 이 책을 읽는 일은 멀리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우리가 이미 서 있는 자리에서 시작되는 여행이다. 조금 더 천천히 걷고, 조금 더 깊이 바라볼 때 비로소 보이는 한국의 숨은 아름다움. 그 사소한 기적들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우리가 남겨야 할 미래의 풍경과 문화의 방향까지 함께 생각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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