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아시아 언어문명학부 교수 서영채가 집필한 『동아시아 비교문학 – 근대성의 서사, 담론, 정동』이 소명출판에서 출간됐다. 포스텍 문명사 총서 2권으로 기획된 이 책은 한중일 세 언어권의 근대문학을 비교하며, 동아시아에서 벌어진 근대적 주체 형성의 드라마를 문학의 시선으로 포착한다.
근대는 동아시아에 난폭한 외부자로서 도착했다. 이 책은 그 충격을 맞닥뜨린 동아시아 사람들의 마음의 표정을 문학 속에서 읽어내고자 한다. 역사 존재론적 맥락과 개인의 존재론적 간극이 겹쳐지며 만들어낸 드라마를 분석하는 과정은 곧 동아시아 근대성의 고유한 장소성을 밝히는 작업이다.
저자는 동아시아 근대문학을 세 가지 서사로 구분한다. 첫째는 국가와 민족의 존망을 책임지는 ‘첫째 아들의 서사’, 곧 계몽문학이다. 둘째는 보수적 질서에 저항하며 개인의 진정성을 추구하는 ‘둘째 아들의 서사’로, 나쓰메 소세키와 염상섭, 루쉰의 작품에서 그 원형을 찾는다. 셋째는 사회적 책임을 거부하고 예술적 충동을 드러내는 ‘탕아 서사’, 곧 막내의 서사다. 이상과 다자이 오사무, 최국보의 작품이 그 예다.
책은 이 세 가지 서사를 중심으로 근대성의 담론과 정동을 교차 분석한다. 루쉰의 ‘무쇠 방’ 비유가 드러내는 계몽의 불안, 다자이 오사무의 자살 실패와 ‘실패의 능력주의’, 윤동주의 「서시」와 김승옥의 「무진기행」에 나타난 부끄러움의 정동까지, 근대 백 년을 관통한 마음의 연대기를 추적한다.
서영채는 “문학은 구체적인 삶의 마음을 다룬다”고 말하며, 가족 서사를 비유로 삼아 근대적 주체 형성 과정을 설명한다. 아버지의 집을 떠난 자식들의 이야기로서 근대 서사는 개인의 진정성과 사회적 책임, 그리고 예술적 충동 사이에서 갈등한다. 이 책은 그 갈등이 만들어낸 동아시아적 드라마를 치밀하게 분석한다.
저자는 『우정의 정원』, 『풍경이 온다』, 『죄의식과 부끄러움』 등으로 한국 문학비평의 지평을 넓혀온 비평가다. 이번 책으로 그는 다시금 동아시아 문학의 비교적 맥락을 통해 근대성의 윤리와 정동을 탐구한다.
『동아시아 비교문학』은 문학 연구자뿐 아니라 동아시아 근대성의 역사와 문화적 맥락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도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근대의 불안과 죄의식, 부끄러움이라는 정동을 통해 우리는 동아시아 문학이 어떻게 근대적 주체를 형성하고, 또 그 한계를 드러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