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믿으면 복 받는다”는 말은 한국 교회에서 가장 익숙한 문장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정말 복음의 핵심은 개인의 성공과 축복에 있을까. 세움북스에서 출간한 최준식 목사의 『복음은 복이 아니라 방향입니다』는 이 질문을 정면으로 던지며, 오늘날 한국 교회가 놓치고 있는 복음의 본질을 다시 묻는 책이다.
저자는 오랫동안 성공과 번영의 언어로 해석되어 온 신앙의 모습을 비판한다. 예수를 믿으면 부자가 되고, 기도하면 반드시 형통하며, 헌신하면 보상을 받는다는 식의 신앙 이해가 오히려 복음을 왜곡해 왔다고 지적한다. 그는 복음이란 잘되는 비결이나 성공의 기술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바꾸는 사건이라고 말한다.
책의 출발점은 저자 자신의 경험이다. 어린 시절 부흥회에서 "예수 믿고 3년 안에 부자 되지 못하면 신앙생활을 잘못한 것"이라는 설교를 들으며 성장했던 그는 오랜 시간 그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목회 현장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성경을 다시 읽으며, 자신이 붙들고 있던 신앙의 전제가 복음의 본질과는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1999년 교회를 개척한 저자는 빚과 가정 문제, 상실의 아픔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과 함께 울고 기도하며 목회를 이어 갔다. 많은 이들이 믿음을 통해 삶의 회복을 경험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복음이 개인의 성공만을 위한 메시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선포하기 시작했다. 하나님 나라를 위한 나눔과 섬김, 공동체적 책임을 강조하자 오히려 사람들이 교회를 떠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중요한 사실을 발견한다. 많은 사람들이 복음을 원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복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위로와 평안, 성공과 문제 해결은 원하지만 삶의 방향이 바뀌는 일은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현실이 한국 교회가 직면한 가장 본질적인 문제라고 진단한다.
『복음은 복이 아니라 방향입니다』는 복음의 의미를 "하나님 나라를 향한 방향 전환"으로 설명한다. 인간은 축복을 저장하는 저수지가 아니라 세상을 향해 은혜를 흘려보내는 샘물로 창조되었으며, 십자가와 부활은 단순히 개인의 구원을 넘어 삶의 방향을 전환하게 하는 능력이라는 것이다. 신앙은 결과가 아니라 방향이며, 성공 여부가 아니라 누구를 따라가고 있는지가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저자는 다음 세대 사역 경험을 통해 복음의 방향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체감했다고 말한다. 전국을 다니며 청소년들에게 희년의 복음과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전했지만, 아이들은 결국 부모와 교사, 교회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다음 세대의 신앙 회복은 결국 기성세대가 먼저 복음을 바로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주장한다.
책은 복잡한 신학 이론보다는 삶의 현장에서 경험한 사례와 성경적 통찰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목회자이면서 동시에 핸드드립 카페를 운영하는 저자는 강단 밖 현실의 언어로 복음을 설명하며, 독자들이 신앙을 추상적 개념이 아닌 실제 삶의 문제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다.
추천사를 쓴 김관성 목사는 "마지막 장을 덮은 뒤 '나는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를 물어보라"고 말한다. 실제로 이 책은 독자들에게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던진다. 지금 내가 추구하는 것은 복인지, 복음인지. 신앙은 나를 편하게 만드는 도구인지, 아니면 하나님 나라를 향해 나를 움직이게 하는 나침반인지 질문하게 만든다.
『복음은 복이 아니라 방향입니다』는 성공과 번영 중심의 신앙에 익숙해진 현대 그리스도인들에게 불편하지만 중요한 문제를 제기한다. 복음을 나를 잘되게 만드는 기술로 이해할 것인가, 아니면 삶 전체의 방향을 새롭게 세우는 기준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그 질문 앞에 다시 서기를 요청한다. 그리고 그 질문이야말로 오늘의 한국 교회와 신앙인들이 다시 시작해야 할 출발점이라고 말한다.


